1632년 독일 라이프치히 남쪽 뤼첸이란 작은 마을에서 ‘30년 전쟁’(1618∼1648년) 역사상 가장 크고 중요한 전투가 벌어졌다. 신교의 영웅이던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와 구교를 파멸에서 구해낸 용병 대장 발렌슈타인과 용장 파펜하임 백작이 격돌했다. 이 전투에서 파펜하임이 전사하고 신교 측이 승리했지만, 구스타프도 전사하면서 신교 측도 패배나 다름없는 손실을 입었다.
양측은 병력은 각각 현재의 사단 규모로 당시로서는 대단히 큰 전투였다. 그러나 당시 구교 측의 대포는 겨우 60문이었다. 신교 측은 더 적었다. 현대 기준에서 보면 60문은 대단한 양이지만, 당시 대포의 화력이나 발사 속도로 보면 야포 6문 정도를 보유한 현대의 포병 중대의 화력에도 훨씬 못 미칠 것이다. 그런데 이 정도 화력으로도 단 하루에 각각 3000명 이상이 전사하고, 사령관까지 전사하는 참극이 빚어졌다.
20세기 전쟁에서 대포의 위력과 역할은 상상 이상으로 발전했다. 1944년 노르망디 상륙 후 연합군은 독일군의 방어선을 돌파하기 위해 여러 번의 공세를 반복했다. 하지만 독일군 대대는 단 4문의 88mm 포와 2문의 75mm 돌격포로 단 하루 동안 영국군 전차 40대 이상을 파괴함으로써 영국군 전차 연대의 공격을 좌절시켰다.
함포의 위력은 더 대단했다. 독일군은 여러 번 성공적인 반격 작전을 펼쳤지만, 연합군을 바다로 밀어내기 전에 해상에 자리 잡고 있던 함선에서 발사하는 함포에 번번이 격퇴당했다. 함포가 엄호하는 연합군 교두보는 난공불락이었다. 아무리 전투 경험이 풍부하고 용감한 병사도 주변에서 함포가 작렬하기 시작하면 버텨내지 못했다.
드론, 재블린, 하이마스 등 온갖 첨단 무기가 활약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정작 화제가 되고 있는 건 155mm 포탄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연간 생산량의 3배에 달하는 100만 발의 포탄을 소모하고 있다. 러시아는 포탄이 부족해지면서 북한에까지 손을 벌리고 있다. 이러다가 진정한 게임체인저는 포탄, 아니 포탄 생산능력이 될 것 같다. 첨단 무기 못지않게 재래식 무기, 기본에도 충실해야 한다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