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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우등생 韓, 가계부채에 눌려 열등생 되나

글로벌 금융위기 우등생 韓, 가계부채에 눌려 열등생 되나

Posted September. 15, 2023 08:04   

Updated September. 15, 202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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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이 오늘로 15년이 됐다. 15년 전 위기 탈출의 우등생으로 꼽혔던 한국 경제는 천문학적 가계 빚과 저성장의 늪에 빠져 열등생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팬데믹 위기를 거친 세계 경제가 미중 패권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 고물가 위협 등으로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더 깊은 수령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국은 금융위기 충격으로 2009년 성장률이 0%대로 반짝 추락했지만 적극적인 재정·통화정책, 특히 고환율 정책을 통한 수출 확대로 조기에 위기를 극복했다. 하지만 15년이 흐른 현재 대형 위기가 없는데도 올해와 내년 2년 연속 1%대 저성장이 예상된다.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잃어버린 20년’의 일본보다 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충격적 전망까지 나왔다.

그동안 중국 시장과 반도체 특수에 기대 온 ‘수출 한국’의 약점이 대내외 복합위기 속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수출이 부진하면 내수가 버텨줘야 하지만 가계도, 정부도 빚에 짓눌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1860조 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를 뇌관이 된지 오래다. 15년 동안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35%포인트 이상 급증했는데, 세계 주요국 중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중은 2배로 치솟아 경기 부양의 버팀목이 될 재정 여력도 약화됐다.

문제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난기류가 일시적 상황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위험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반도체 산업은 더 이상 압도적 우위를 기대하기 힘들고, 중국 경제는 위기론이 높아지고 있다. 가계 빚을 억제하려면 강도 높은 통화 긴축에 나서야 하지만 저성장 고착화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빚에 허덕이는 가계가 늘어나면 소비는 위축되고 경제 활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노동·규제·연금·교육 전반의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것 말고는 탈출구가 없다. 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혁신 생태계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가계대출 부실과 취약가구의 도산이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가계 빚 증가세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지금의 위기 신호를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등 나라 전반을 통째로 바꾸라는 경고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잃어버린 20년’은 곧 우리의 현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