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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는 물론 다른 이공계에도 밀린 첨단학과… 韓 미래 있나

의대는 물론 다른 이공계에도 밀린 첨단학과… 韓 미래 있나

Posted September. 19, 2023 08:48   

Updated September. 19, 202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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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결과 주요 10개 대학 의대의 평균 경쟁률이 46 대 1로 지난해보다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인하대 의대의 경우 661 대 1이었다. 반면 반도체학과를 비롯한 첨단학과 경쟁률은 주요 7개 대학 평균이 16.5 대 1로 같은 대학의 의학계열을 뺀 나머지 자연계열 학과(이과) 평균 경쟁률(19.2 대 1)보다도 낮았다. 의대가 블랙홀처럼 인재를 빨아들이면서 기초과학과 첨단분야 인력 공급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수시모집의 의대 쏠림 현상은 올해도 합격자 발표 후 의대를 향해 대대적인 이탈 행렬이 이어질 것임을 알리는 전조다. 지난해 입시에서는 ‘SKY’ 대학 정시 합격자 10명 중 3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연세대와 한양대 반도체 관련학과는 1차 합격자 전원이 등록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대부분 의대로 몰려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반도체 인력 양성을 국정과제로 삼고 대대적인 지원을 발표했음에도 첨단학과 외면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카이스트를 포함해 국가 지원을 받는 5개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에서 최근 5년간 1105명이 자퇴했는데 이들 역시 상당수가 의대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의대 광풍으로 인한 인재 육성의 불균형은 국가 경쟁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분야 인력 수요가 32만 명이다. 그러나 국내 인재들은 해외 기업들이 채가고 이들의 뒤를 이을 신진 인력은 첨단분야에 매력을 못 느끼고 있다. 의대 내에서도 학과 간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잘 키운 제약사 하나가 국가 경제 성장률을 2배로 끌어올리는 세상이지만 의과학은 외면한 채 환자 보는 임상에만 몰리고, 임상 중에서도 돈 되는 피부과와 성형외과만 찾는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늘리면 의대 쏠림이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오히려 더 많은 학생들이 몰려갈 가능성도 있다. 서울 최상위권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해외 대학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친 뒤 국내 대기업 반도체 연구원으로 취업하면 세후 1억 원 이상을 벌기 어렵다고 한다. 의사 연봉의 절반도 안 된다. 의사는 면허가 있지만 이공계는 50대 초반 은퇴하면 더욱 막막하다. 기초과학과 첨단분야 인재들에 합당한 보상을 하고 연구 인프라도 확충해야 한다. 최고의 두뇌들이 몽땅 미용의학에만 달려드는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