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연구자들이 아프리카에서 인류가 약 50만 년 전에도 나무로 구조물을 짓고 정착 생활을 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발견했다.
래리 바럼 영국 리버풀대 교수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진은 20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이러한 내용의 연구 결과를 게재하며 “아프리카 잠비아의 칼람보 폭포에서 발견한 이 구조물이 목재를 사용한 최초의 사례일 수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2019년 처음 고대 인류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통나무 막대기를 처음 발견했다. 통나무엔 홈이 파여 있었고 주변에는 다른 나무 조각도 흩어져 있었다. 새로 개발한 발광 연대 측정 기법을 사용해 현대 인류가 출현하기 전인 약 47만6000년 전부터 존재한 목재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당시 인류가 돌도끼로 나무를 베어낸 뒤 끼워 맞출 수 있도록 가공한 것으로 추정했다. 바럼 교수는 “(사람의) 발이나 음식, 장작 등을 건조하게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구조물의 일부였을 것”이라며 “유적지에 돌이나 뼈처럼 더 많은 나무 유물이 남았다면 ‘목재 시대’라는 표현을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목재 등 유기 물질은 일반적으로 수천 년에 걸쳐서 분해된다. 이번에 연구진이 발견한 목재 구조물은 물에 잠긴 퇴적물 덕분에 수십만 년이 흘러도 원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모래와 흙 등이 목재의 부식을 유발하는 산소나 미생물의 접근을 막아준 것이다.
연구진은 목재 구조물을 활용한 것이 호모 사피엔스보다 더 오래된 인류의 조상인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였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목재를 구조적인 건축물에 사용한 가장 오래된 사례는 영국의 한 호수에서 발견된 9000년 전 나무판이었다. NYT는 “이번 발견은 인류의 구조 목공 기술의 역사를 크게 앞당긴 것”이라고 짚었다.
지민구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