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원장 범해 스님)에서 한국 불교의 주체적 관점에서 집필한 국내 첫 ‘대승불교개론’이 지난달 출간됐다. 그동안은 일본 또는 유럽에서 쓴 대승불교개론을 번역해 공부해왔다고 한다. 발간을 주도한 교육원 교육부장 지우 스님(사진)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교육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대승불교가 170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데도 지금까지 우리만의 관점으로 대승불교 전반을 담아낸 개론서가 없었다”며 출간의 의미를 설명했다.
―기존 개론서는 어땠습니까.
“일본이나 서양에서 그들의 시각으로 쓴 대승불교개론엔 한국 불교는 생략되거나 아주 간단하게 다뤄졌지요. 그걸 번역해 공부해왔으니…. 개론서는 학인 스님들은 물론이고 신도들도 공부를 위해 처음 접하는 책인데 그 안에 우리 것이 없었으니 말이 되겠습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부족했던 것입니까.
“기존 번역서들은 중국과 일본 불교를 주로 다룹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불교에 큰 족적을 남긴 고승들과 한국 불교에 깊이 스며 있는 밀교 등은 없거나 빠져 있지요. 밀교는 불교가 우리나라에 전래한 이래 종파를 막론하고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전반에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밀교 사상과 특징을 이해하는 것은 한국 불교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요.”
―가장 기본적인 책인데 왜 그동안 없었던 것입니까.
“대승불교 역사는 2000년이 넘습니다. 법상종 화엄종 천태종 율종 선종 등 우리 땅에서 꽃피운 여러 종파를 아우르고, 금강경 반야경 화엄경 아미타경 등 경전도 어마어마하게 방대하고 정교하지요. 여기에 개론서를 만들려면 각 경전을 해석한 기존 학설은 물론이고 최신 학설까지 담아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일제강점기는 말할 것도 없고, 광복 후에도 상당한 세월이 흐를 때까지 여력이 없어,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현실적으로 엄두를 내지 못했지요.”
―연구 역량도 쌓여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만…
“어느 학문이든 개론서는 가장 역량 있는 교수들이 쓰고 가르쳐야 합니다. 그 방대하고 심오한 내용을, 처음 배우는 학생들에게 전달해야 하니 중간자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지요. 우리만의 대승불교개론서가 필요하다는 자성이 나온 뒤에도 바로 만들 수 없었던 게 사람을 먼저 키워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20여 년 전 유학 갔던 분들이 돌아와 학문적 업적을 쌓으면서 비로소 가능하게 된 것이죠. 이번 개론서 발간은 우리 불교가 상당한 수준의 연구 인력을 키워냈다는 의미도 됩니다.”
이진구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