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6일 국회에서 부결됐다.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 반대표가 대거 나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부결은 35년 만으로 사법부 공백 사태 우려가 현실화됐다. 거야 의석수를 앞세운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를 본격화하면서 정국은 극한 대치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은 “초유의 사법부 장기 공백 사태를 초래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재석 의원 295명 중 찬성 118명, 반대 175명, 기권 2명으로 부결시켰다. 무기명 전자투표로 진행된 투표는 16분 만에 종료됐다.
임명동의안은 국회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168석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부결’을 당론으로 결정하면서 반대표가 대거 나온 것. 민주당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인사가 자초한 결과”라며 “애초에 국회 동의를 얻을 수 있는 후보를 보냈어야 마땅하다”며 대통령실에 책임을 떠넘겼다. 정의당(6석)도 본회의 직전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다.
대통령실은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야당의 일방적 반대로 부결됐다”고 맞받았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반듯하고 실력 있는 법관을 부결시켜 초유의 사법부 장기 공백 사태를 초래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피해자는 국민이고, 국민의 권리를 인질로 잡고 정치 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다시 새로운 후보자를 지명하는 절차에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여당도 부결 직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민주당의 조직적 사법 방해가 사법 마비, 헌정 불능 사태로 폭주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개인적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한 의회 테러 수준의 폭거”라며 “국가의 기본 질서까지 흔들리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이 후보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빨리 훌륭한 분이 와서 대법원장 공백을 메워 사법부가 빠르게 안정을 찾길 바란다”며 “그래야 국민이 재판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겠느냐”고 입장을 밝혔다.
정성택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