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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소상공인들, 고금리에 ‘은행 종노릇 하는 것 같다’며 한숨”

윤 “소상공인들, 고금리에 ‘은행 종노릇 하는 것 같다’며 한숨”

Posted October. 31, 2023 09:52   

Updated October. 31, 202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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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국무회의에서 고금리 문제로 고충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이같이 말하면서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후 대통령비서실장, 수석, 비서관, 행정관들이 민생 현장 36곳을 찾아 국민의 절박한 목소리들을 생생하게 듣고 왔다는 것. 비록 소상공인의 말을 빌린 형식을 취했지만, 은행권의 과도한 이익 추구 문제는 윤 대통령이 평소에도 지닌 문제의식이라고 참모들은 전했다.

● 은행 ‘횡재세’ 도입 재점화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 횡재세’ 도입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나와 더욱 무게가 실렸다. 은행이 얻은 수익의 일부를 서민금융진흥원에 부담금으로 출연하는 이른바 은행 횡재세 법안은 올해 4월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대표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된 은행 횡재세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은행권이 과도한 이자 장사로 거둔 초과이익의 환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 횡재세 등 은행 초과이익 환수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7일 종합 국정감사에서 “어떤 방법이 좋을지에 대해 우리나라 특성에 맞춰 종합적으로 계속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은행 이익과 관련한 국민 고통을 인지하고 여러 노력을 해왔으나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각국의 정책들을 눈여겨보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이 전한 ‘은행 종노릇’ 발언에 이날 국내 증시에선 하나금융지주(―3.76%), KB금융(―2.67%), 신한지주(―2.57%), 우리금융지주(―1.41%) 등 은행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윤 대통령 발언 때문인지 오늘 은행주들이 내림세를 보인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장의 목소리를 우리 국무위원, 다른 국민에게도 전달해 드리는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라며 “어떠한 정책과 직접 연결을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 상생금융 협조했던 은행권 ‘당황’

횡재세와 별도로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서민금융 정책에는 힘이 실릴 전망이다. 앞서 금융위는 연간 서민금융 정책 자금을 당초 10조 원에서 1조 원 이상 확대해 사상 최대 규모로 공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햇살론 상품의 통합 운영, 최저 신용자 대상 대출상품 출시 등이 담긴 ‘정책 서민금융 효율화 방안’도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예대마진 축소 등 은행권의 자발적인 ‘역할론’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997년 외환위기 때도 위기를 겪는 은행들을 국민 세금인 ‘공적 자금’으로 살려줬다”며 “은행도 국민을 위해 더 기본적인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비이자수익 활성화 방안을 모색 중이고 상생금융에 적극 협조했는데도 정부가 또다시 ‘은행 때리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상공인 지원, 원리금 상환 유예 등에 이어 상생금융에까지 참여했는데 정부의 이 같은 강경한 기조가 납득이 안 간다”며 “은행권 입장에선 ‘무엇을 또 내놓아야 하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윤 대통령의 국회를 향한 발언도 민생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전세사기 등과 관련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대해 “다시는 힘 없는 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악질 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법 개정을 서둘러 달라”고 말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과 관련한 소상공인의 어려움도 언급했다.


강우석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