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불법 공매도’ 칼 빼든지 1년인데 이제와 “유리 다 깨진 시장”

‘불법 공매도’ 칼 빼든지 1년인데 이제와 “유리 다 깨진 시장”

Posted November. 08, 2023 08:05   

Updated November. 08, 2023 08:05

中文

공매도 금지 첫날인 그제 역대급 폭등세를 연출했던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어제 2% 안팎 급락했다. 전날 상한가로 치솟았던 2차전지 관련 종목들도 줄줄이 하락하거나 힘겹게 상승세를 지켰다. 특히 공매도 청산을 위해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였던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서며 양대 지수를 끌어내렸다. 공매도 전면 금지의 약발이 하루 만에 끝나고 증시 변동성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정부가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발표했을 때부터 중장기적으로 주가 왜곡과 거품, 외국인 이탈 등의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주가 과열을 막고 작전 세력의 시세조종을 억제하는 공매도의 순기능이 사라져서다. 해외 투자가와 외신들이 이번 조치를 두고 “바보 같은 짓”,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선진국에서 널리 쓰이는 공매도가 유독 국내에서 문제가 된 건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이다. 국내 공매도 거래에서 외국인·기관의 비중은 98%, 개인은 2%에 불과하다. 주식 강제 처분 기준이 되는 담보비율이나 상환 기간 등에서도 투자자 간 차별이 크다. 외국인·기관의 공매도 장난질에 개미들만 피해를 본다는 원성이 끊이지 않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그제 “코스피·코스닥을 가리지 않고 100여개 종목이 무차입 불법 공매도 대상이 된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또 “단순히 깨진 유리가 많은 골목 수준이 아니라 유리가 다 깨져있을 정도로 불법이 보편화돼있는 장”이라며 이번 조치가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세간의 비판을 일축했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대검찰청까지 나서 개인에게 불리한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고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적발과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게 지난해 7월이다. 1년 넘게 허송세월하다가 이제야 전면 금지까지 하며 허점을 바로잡겠다는 건지 묻고 싶다. 지금까지 제도 개선이나 불법 행위 적발은 생색내기에 그쳤고, 아직도 수기로 작성하는 공매도 주문 시스템 등에 손놓고 있었다는 걸 입증하는 셈이다.

공매도 금지가 길어질수록 한국 증시의 대외 신인도가 훼손되고 외국인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 가뜩이나 한미 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져 자본 유출과 환율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떠날 경우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서둘러 바로 잡아 공매도 금지 기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 정치적 계산이 개입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