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빈 데 있어도 빈대 무서워… 지하철 자리 못앉아

빈 데 있어도 빈대 무서워… 지하철 자리 못앉아

Posted November. 10, 2023 08:08   

Updated November. 10, 2023 08:08

中文

주부 류모 씨(47)는 최근 지하철에 자리가 났는데도 앉지 않은 채 1시간을 서서 왔다. 다리는 아팠지만 최근 대중교통에서 빈대가 출몰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빈대가 옮겨붙을까 봐 불안한 마음에 아예 앉지 않았다. 택배를 받으면 일단 현관문 밖에서 개봉해 물건만 집으로 들인 뒤 택배 상자를 바로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버리고, 빈대 퇴치제를 집 안 곳곳에 뿌리고 있다. 그는 “한국에도 빈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해서 빈대 접촉 기회 자체를 최대한 줄이려 한다”고 했다.

● ‘빈대포비아’ 확산… 출몰 현황 공지 사이트도

빈대 출몰 소식이 잇따르는 데다 온라인 커뮤니티 위주로 고속철도(KTX)나 이커머스업체 배송 상자 등에서 빈대를 봤다는 목격담이 나오며 빈대와 접촉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인 ‘빈대 포비아’가 확산하고 있다. 기업들은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9일 하이마트에 따르면 1∼7일 침구 청소기와 건조기 매출은 직전 동기(10월 25∼31일) 대비 2.7배 늘었다. G마켓에서도 이달 1∼7일 기준 빈대 퇴치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52% 늘었다. 11번가에서도 1∼7일 기준 진드기제거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59.7% 늘었다.

온라인에는 빈대 출몰 기사를 모아 통계를 내는 사이트인 ‘빈대 보드(bedbug board)’까지 등장했다. 빈대의 일간, 주간, 월간 출몰 횟수뿐 아니라 빈대 발생 지역과 관련 뉴스를 모아놓았다.

해외에서도 한국발(發) 빈대에 대한 불안감이 나오고 있다. 9일(현지 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국의 빈대 출몰 소식을 다루며 빈대 유입을 막기 위해 홍콩 식품환경위생서가 8일 여행객을 상대로 빈대 관련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 비상 걸린 물류·숙박업계

산업계는 물류와 숙박업계를 중심으로 ‘빈대 비상’이 걸렸다. 물건을 여러 군데로 나르는 물류업은 빈대에 취약하다고 지목됐지만, 방제·방역을 정기 진행해 빈대가 나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 상자는 주로 골판지로 만들어져 사람이나 동물, 섬유에 주로 서식하는 빈대가 붙기 어렵다”고 했다. 호텔업계도 매트리스 청소에 더 신경 쓰는 등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도 “(이미지가 중요한 호텔 특성상) 빈대가 한 번 나오면 끝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쿠팡의 물류창고나 프레시백에서 빈대가 나왔다는 글이 나돌았지만, 쿠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허위 사실 및 유언비어 유포자에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KTX에서의 빈대 출몰설도 나왔지만, 코레일은 “빈대 관련 신고가 들어온 게 없다”고 밝혔다. 동시에 탑승객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 지난달 26일부터 33개 팀, 171명으로 구성된 ‘빈대 방지 기동반’을 꾸렸고 이달 6일부턴 해충 차단을 위한 합동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공항과 항공기 등 교통수단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빈대는 국내에서 2006년부터 꾸준히 발견된 만큼 최근 상황은 빈대가 창궐해 크게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평상시처럼 위생을 유지하며 뜬소문에 의존하지 말고 빈대에게 물렸다고 의심될 때에는 지체없이 방역 당국에 신고해서 빈대를 박멸해야 한다”고 했다.


정서영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