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극장 문화를 상징하는 서울 대학로 학전(學田)이 내년 3월 폐관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에 가수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내년 2월 28일부터 3월 14일까지 가수 박학기, 동물원, 윤도현, 이은미 등이 출연료 없이 학전에서 릴레이 공연을 펼친다.
17일 학전에 따르면 박학기, 윤도현, 알리, 동물원, 장필순, 권진원, 유리상자, 이한철, 이은미, 자전거 탄 풍경, 여행스케치, 크라잉넛, 하림,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출신의 유재하 동문회 등 ‘학전을 사랑하는 가수’들이 릴레이 콘서트에 참여한다. 시인과 촌장의 멤버 하덕규와 함춘호 또한 24년 만에 함께 정식 무대에 서기로 했다. 릴레이 콘서트는 학전의 마지막 행사가 될 예정이다. 김성민 학전 총무팀장은 “참여 인원과 정확한 출연 일정은 계속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1991년 개관한 학전은 대학로 공연 문화를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아침이슬’ ‘상록수’ 등을 작곡한 김민기 대표가 독일 그립스 극단 폴커 루트비히의 원작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손봐 1994년 초연한 ‘지하철 1호선’은 뮤지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된다. 가수들의 소규모 콘서트장으로도 사랑받았다. 동물원, 들국화, 안치환, 유재하 등이 학전에서 콘서트를 열었고 고 김광석은 데뷔 10주년 기념공연을 했다. 학전은 경영난과 김 대표의 건강 문제 등이 겹쳐 개관 33주년인 내년 3월 15일에 문을 닫는다.
김태언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