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아름다운 목소리와 놀라운 테크닉을 갖춘 성악가들이 모이는 수준 높은 콩쿠르입니다. 결선에 진출하지 못한 참가자 중에서도 뛰어난 잠재력을 갖춘 이들이 여럿 눈에 띄었습니다.”
성악 부문으로 열리는 ‘LG와 함께하는 제18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그레고리 헹클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예술부문 감독(사진)은 26일 준결선 경연이 끝난 뒤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13년 성악 부문으로 열린 제15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바 있어 이번 대회는 10년 만이다.
그는 “10년 전에 비해 미국이나 영국 작곡가들의 작품을 경연곡으로 선택한 참가자가 많은 점이 인상적이었지만 참가자들과 심사위원의 수준은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하게 높다”고 말했다.
헹클은 줄리아드 음악원과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공부했으며 시카고 리릭 오페라 협력 예술행정가, 로스앤젤레스 오페라 예술 기획 매니저 등을 역임했다. 이탈리아 조반니 마르티넬리 콩쿠르 등의 심사위원을 지냈다.
미래 세계 오페라극장에 설 젊은 음악도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점을 묻자 그는 “테크닉이나 딕션, 목소리 모두 중요하지만 오페라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감정과 스토리를 동료 음악가들이나 청중에게 전하고 이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21년 8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한국인 여성 지휘자 김은선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김은선에 대해 묻자 그의 말이 빨라졌다. “김은선과 일하게 된 것은 ‘꿈이 현실이 된 것’ 같은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그는 오케스트라에 무대 위의 드라마를 집어넣어 주며 늘 색상을 더해 가는 수채화처럼 새로운 소리의 컬러를 찾아내죠. 심각한 상황에서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인간적 매력까지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계획에 대해 묻자 그는 “신년 프로그램이 공식 발표될 때까지 다 공개할 수 없지만…. 앞으로 몇 년 동안 김은선 지휘로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전곡을 공연하게 될 것이다. 이번 콩쿠르 심사위원장인 베이스 연광철이 자라스트로 역으로 출연하는 모차르트 ‘마술피리’가 새해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 성악가들의 활동은 해가 지나면서 놀라울 정도로 커지고 있다. 지난여름 샌프란시스코 오페라가 공연한 푸치니 ‘나비부인’은 주요 배역 거의 모두가 한국인이었다”고 말했다.
‘LG와 함께하는 제18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28일 오후 2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7명이 실력을 겨루는 결선 경연이 열린다. 2만∼5만 원. 02-361-1415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