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속으로 몸 던진 20대 소방관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말
Posted December. 04, 2023 08:02
Updated December. 04, 2023 08:02
불 속으로 몸 던진 20대 소방관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말.
December. 04, 20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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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창고 화재 현장에서 불을 진화하던 20대 구급대원이 순직했다. 임성철(29) 소방교는 창고 인근 주택에 있던 80대 노부부를 구한 뒤 불을 끄려고 창고에 진입했다가 무너지는 콘크리트 더미를 피하지 못했다. 또 한 명의 젊은 소방공무원을 떠나보내게 된 것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올해 5년 차인 임 소방교는 대학교 응급구조학과를 들어갈 때부터 소방공무원의 꿈을 키워온 청년이었다. 소방 실습을 마친 뒤 쓴 언론 기고문에서는 “소방대원분들이 너무나 자랑스러웠고 존경스러웠다”고 벅찬 자부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동료들은 그를 “사고 현장에서 늘 남보다 앞서서 적극적으로 활동해온 친구”로 기억한다. 이번 사고에서도 그는 새벽 1시경 신고가 접수된 지 9분 만에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고 인명 대피 업무를 끝낸 뒤에는 소방 장비를 갖추고 화재 진화에 나섰다. 구급대원이라고 머뭇거리지 않고 다른 진압요원들과 함께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간 것이다. 소방공무원들은 불이 나면 본능적으로 몸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분초를 다투는 급박한 현장에서 자신의 안전 문제는 생각할 겨를조차 없다는 것이다. 화마에서 생명을 구해내고 피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추가 지원할 인력과 시간이 모두 부족한 도심 외곽의 경우 구급대원도 화재 진압에 투입된다지만,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떨어지는 위험한 일에 부담과 두려움이 없을 리 없다. 임 소방교는 “구조, 구급대원분들이 단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만 있다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었다. 그의 말처럼 화재뿐 아니라 각종 사고와 재난 현장에서 우리를 대신해 사투를 벌이는 게 소방공무원들이다. 지난해 재난 현상에서 사망, 부상한 소방공무원은 400명이 넘는다. 올해 3월에도 전북 김제시 화재 현장에 70대 노인을 구하러 들어갔던 30세 성공일 소방교가 순직했다. 이들의 희생이 반복될 때마다 인력과 장비 확충 필요성이 제기됐음에도 소방관의 수는 여전히 부족하고 처우와 근무 환경도 열악한 게 현실이다. “고생했고 고생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남을 위해 자신을 불태운 임 소방교를 향해 동료들은 묵묵히 추모사를 전하고 있다. 꽃다운 20대 청년의 숭고한 희생이 연말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겁다. 협소한 업무 범위를 따져가며 책임 회피에 급급하지는 않았는지, 말만 앞세울 뿐 마땅히 해야 할 각자의 본분조차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임 소방교가 깨우는 자각과 각성이 그저 한때의 부끄러움으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다시 한번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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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창고 화재 현장에서 불을 진화하던 20대 구급대원이 순직했다. 임성철(29) 소방교는 창고 인근 주택에 있던 80대 노부부를 구한 뒤 불을 끄려고 창고에 진입했다가 무너지는 콘크리트 더미를 피하지 못했다. 또 한 명의 젊은 소방공무원을 떠나보내게 된 것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올해 5년 차인 임 소방교는 대학교 응급구조학과를 들어갈 때부터 소방공무원의 꿈을 키워온 청년이었다. 소방 실습을 마친 뒤 쓴 언론 기고문에서는 “소방대원분들이 너무나 자랑스러웠고 존경스러웠다”고 벅찬 자부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동료들은 그를 “사고 현장에서 늘 남보다 앞서서 적극적으로 활동해온 친구”로 기억한다. 이번 사고에서도 그는 새벽 1시경 신고가 접수된 지 9분 만에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고 인명 대피 업무를 끝낸 뒤에는 소방 장비를 갖추고 화재 진화에 나섰다. 구급대원이라고 머뭇거리지 않고 다른 진압요원들과 함께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간 것이다.
소방공무원들은 불이 나면 본능적으로 몸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분초를 다투는 급박한 현장에서 자신의 안전 문제는 생각할 겨를조차 없다는 것이다. 화마에서 생명을 구해내고 피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추가 지원할 인력과 시간이 모두 부족한 도심 외곽의 경우 구급대원도 화재 진압에 투입된다지만,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떨어지는 위험한 일에 부담과 두려움이 없을 리 없다.
임 소방교는 “구조, 구급대원분들이 단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만 있다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었다. 그의 말처럼 화재뿐 아니라 각종 사고와 재난 현장에서 우리를 대신해 사투를 벌이는 게 소방공무원들이다. 지난해 재난 현상에서 사망, 부상한 소방공무원은 400명이 넘는다. 올해 3월에도 전북 김제시 화재 현장에 70대 노인을 구하러 들어갔던 30세 성공일 소방교가 순직했다. 이들의 희생이 반복될 때마다 인력과 장비 확충 필요성이 제기됐음에도 소방관의 수는 여전히 부족하고 처우와 근무 환경도 열악한 게 현실이다.
“고생했고 고생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남을 위해 자신을 불태운 임 소방교를 향해 동료들은 묵묵히 추모사를 전하고 있다. 꽃다운 20대 청년의 숭고한 희생이 연말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겁다. 협소한 업무 범위를 따져가며 책임 회피에 급급하지는 않았는지, 말만 앞세울 뿐 마땅히 해야 할 각자의 본분조차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임 소방교가 깨우는 자각과 각성이 그저 한때의 부끄러움으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다시 한번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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