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 실은 작품은 대부분 웃기기보단 슬픈 이야기예요. 모든 것이 꼬일 때,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었을 때 주로 썼죠.”
개그맨 양세형(38)은 5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4일 시집 ‘별의 길’(이야기장수)을 출간한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내게 시는 재미난 놀이이자 감정을 표출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수단”이라며 “방송과 달리 내면엔 여리고 감성적인 면도 있다. 멋진 마흔 살이 되고 싶어 시집을 낼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2003년 개그맨으로 데뷔한 그는 SBS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 tvN ‘코미디빅리그’ 등 개그, 예능 프로그램에서 특유의 까부는 캐릭터로 20년간 활동했다. 신간에는 88편의 시를 실었다. “대머리 가발을 쓰고/수염을 그리고/다크서클을 내리니//오늘은 빵빵 터지겠구나”(‘코미디언’ 중)라며 공연이 끝난 뒤의 허탈한 심정을 그렸고, “걷다가 그냥 걷다가/보고 싶어 눈을 감았어요./오늘은 어제보다 더 반갑네요”(‘아빠가 해주는 삼겹살김치볶음 먹고 싶어요’ 중)라며 2014년 암으로 세상을 뜬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다.
그는 “주변에 짧은 글을 써서 선물했는데 이런 습관이 이어져 시집을 펴내게 됐다”며 “나태주 시인처럼 한눈에 보고, 바로 이해할 수 있는 ‘편한 시’를 쓰고 싶다”고 했다. 시집 인세 전액은 위기에 빠진 청소년들을 돕는 등대장학회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호재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