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들기 전 스마트폰으로 잠깐 보려던 동영상. 문득 정신 차려보면 벌써 새벽녘이다. 스마트폰 중독은 일상이 된 지 오래. 주변에선 폭음, 심지어 마약에 노출된 청소년 같은 중독 문제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중독성을 갖도록 설계돼 있어요. 소비가 쉬워진 풍요의 시대인 동시에 누구나 후회하거나 감추고 싶은 나쁜 습관과 중독에 빠지기 쉬워진 거죠.”
중독 치료 전문가인 애나 렘키 미국 스탠퍼드대 정신의학과 교수(사진)는 지난해 12월 26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무언가에 집착하고, 이를 통제하기 어려워하는 현대인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렘키 교수는 “우리가 기쁨을 느끼기 위해 스스로에게 준 ‘보상’에 중독되면 결국 뇌는 더 이상 행복을 느낄 수 없어진다”며 “정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중독 물질을 찾고,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게 될 뿐이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은 뉴욕타임스(NYT) 베스트셀러 ‘도파민네이션’을 쓴 렘키 교수는 30여 년 동안 수많은 중독 환자를 치료해 왔다. 렘키 교수는 최근 한국의 마약 확산에 대해서도 “젊은층은 외모나 성취에 집착하는데 그럴수록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지고, 호기심에 약물에 손을 대기까지 한다”면서 “특히 자신의 이미지에 모든 관심이 집중돼 있는 유명인들은 도망치고 싶은 정도가 더욱 심해진다. 그런 상황에서 약물은 매우 위험한 탈출구”라고 진단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