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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野, 증오·막말 정치인 공천 배제를 공약하라

 與野, 증오·막말 정치인 공천 배제를 공약하라

Posted January. 05, 2024 08:18   

Updated January. 05, 2024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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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 흉기 피습 이후 정치권에 구체적인 자성(自省) 움직임이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공천 희망자의 과거 막말이나 증오 발언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공천심사 기준을 구체화하고 있다. 민주당도 국민분열적 발언을 공천 심사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팬덤 정치에 기댄 오염된 정치 언동이 흉기 테러의 뿌리였음을 인정하고,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 언어를 바꾸는 노력에 여야가 시동을 걸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품격있고 절제된 언어로 정치를 바로 세우는 일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정치적 증오를 조장하고 폭언을 일삼는 정치인들에게서 미래 비전이나 사회통합을 기대할 수 없지 않은가. 반복된 저질 발언에는 그럴만한 동인(動因)이 있다. 언동이 자극적일수록 온라인 공간에서 주목을 더 받는 반면 별다른 불이익은 없었다. 국회 윤리위에 상대당 의원들을 수없이 회부시키지만 그때뿐이다. 지난 10년 동안 윤리위에서 막말 징계는 1차례도 없었다. 제도만 그럴듯할 뿐 서로 눈감아주는 문화가 국회를 지배했다.

그 결과가 알고리즘이 골라주는 나쁜 정치에 빠져든 정치 과몰입자의 야당 대표 테러다. 이제 정치인들은 “막말하면 진짜 손해”라는 걸 체감하도록 해야 한다. 누구에게 미룰 일이 아니다. 한동훈, 이재명 등 두 정당 책임자가 직접 주도해야 한다.

증오와 막말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일은 여야 합의도, 법률 제정도 필요치 않다. 뜻만 있다면 누구든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다. 여야는 곪을 대로 곪은 당내 정치를 바꿔보겠다고 다짐하고 있는데 정치개혁이 먼데 있는 게 아니다. 실체가 불분명한 추상적 혁신 방안을 늘어놓는 것 보다 막말 정치인에 대한 공천배제 원칙이 손에 잡히는 혁신이다. 막말의 강도에 따라 공천배제와 경선 불이익 등 기준을 마련하고 이행하길 바란다. 또 그 결과를 선거 1개월 전에 발표하고 유권자의 평가를 받으면 더 좋다.

미국과 영국 의회에선 의장 지시 불이행, 장내 소란 등 품위 잃은 의원에게 의원직 한시적 정지 등 징계를 내리는 전통이 있다. 하지만 전에 없던 시도를 해야 하는 우리 정당으로선 공천배제, 경선 불이익 등 과하다 싶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유권자의 눈높이에 못 미치는 이가 선출직 공직에 나서도록 허용하는 일은 유권자에 대한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