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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작년 1969곳 폐원 “車 15분 거리도 빈자리 없어”  

어린이집, 작년 1969곳 폐원 “車 15분 거리도 빈자리 없어”  

Posted January. 13, 2024 08:07   

Updated January. 13, 2024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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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에서 두 딸을 키우는 엄마 김모 씨(37)는 이달 이사를 준비하다 딸들의 보육 문제로 곤경에 처했다. 큰딸은 5세반, 작은딸은 3세반에 보내야 하는데 두 반을 동시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이사 갈 집 근처에 한 곳도 없었기 때문. 인근 시설들에 문의해 보니 “원래 다 운영했는데 아이가 줄어들어 반 개수를 줄였다”는 답이 돌아왔다. 3, 5세반을 모두 운영하는 가장 가까운 시설은 차로 15분 거리인데, 그나마도 빈자리가 없어 대기를 걸어야 한다. 육아휴직 중인 김 씨는 이사를 마치고 복직을 해서 이사 대출금을 상환할 계획이었는데 계획이 어그러질까 속이 탄다.

12일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어린이집은 총 2만8954개로 2022년 12월(3만923개)보다 1969개 줄었다. 매일 5.3곳씩 문을 닫은 셈. 매해 12월 조사에서 어린이집 수가 3만 곳 아래로 줄어든 건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12월(3만7171곳)과 비교하면 4년 새 22% 급감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심각한 저출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감염을 우려해 가정 보육이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 됐다. 이 때문에 김 씨처럼 아이 맡길 곳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저출산 탓에 아이가 줄어 어린이집이 폐업하고, 이를 지켜본 젊은층이 출산과 육아를 기피하며 다시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지난해 11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자녀 계획이 없는 이유’ 1위로 ‘양육 및 교육 부담’(24.4%)이 꼽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