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가 ‘경험 콘텐츠’를 강화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샷 명소로 거듭난 백화점 등과 경쟁에 나서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공연 시작 전과 중간 휴식시간에 전용 라운지에서 차별화된 경험을 누릴 수 있는 ‘스위트석’ 서비스를 올해 도입한다. 이용객은 라운지에서 핑거푸드와 음료를 즐기고, 티켓부스에서 줄을 서지 않고도 티켓을 수령할 수 있다. 소정의 굿즈도 제공받는다. 7개 공연을 대상으로 운영되며 올 4월 개막하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경우 VIP 티켓가 15만 원에 2만 원을 더 내면 이용할 수 있다.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부대 행사도 마련되고 있다. 국립극장은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해오름극장 앞 문화광장에서 겨울 빛축제 ‘윈터 빌리지’를 운영했다. 8m 높이의 대형 트리와 전구로 꾸민 나무 60여 그루 등이 설치돼 인증샷 명소로 눈길을 끌었다. 작은 오두막 모양 부스에서는 공예 예술가 12인의 전시가 열렸다. 이곳에는 한 달간 2만4000여 명이 다녀갔다.
같은 달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는 연말 대표 공연인 ‘호두까기 인형’이 공연되기 전 오페라극장 로비에서 재즈밴드 연주가 펼쳐졌다. 예술의전당과 국립발레단이 공동 기획한 행사로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음악을 40분간 들려줬다.
뮤지컬계는 희소성을 앞세워 젊은층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공연제작사 EMK는 뮤지컬 ‘레베카’와 ‘몬테크리스토’를 가장 많이 관람한 관객 1명씩을 마지막 공연에 초대하는 이벤트를 다음 달 진행한다. 초대 관객은 무대와 가장 가까운 OP석 1열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물론이고 배우들과의 파이팅콜, 단체사진 촬영에도 참여할 수 있다. 오디컴퍼니는 16∼21일 뮤지컬 ‘일 테노레’를 관람한 관객에게 주인공 윤이선 역을 연기한 배우 홍광호, 박은태, 서경수의 사진이 담긴 한정판 포토 티켓을 증정했다.
공연계가 이색적인 경험 콘텐츠에 공을 들이는 건 젊은층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백화점, 호텔 등 소비재를 팔던 곳들이 최근 경험까지 판매하면서 극장의 치열한 경쟁자가 됐다”며 “기존 공연장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젊은층과의 접점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윈터 빌리지’를 기획한 최성민 국립극장 공연기획부 PD는 “추운 날씨에도 남녀노소가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하되 SNS 사용 빈도가 높은 젊은층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루돌프 조형물을 활용한 포토존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지윤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