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의 두 번째 관문인 23일(현지 시간) 뉴햄프셔주(州)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다시 승리했다. 공화당 경선 시작 8일 만에 트럼프 독주 체제가 확인된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후보로 선출될 것이 확실시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서 다시 겨루게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개표율 92% 기준 54.9%를 득표해 경쟁자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43.1%)를 제치고 승리를 확정했다. 앞서 15일 당원들만 참여한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51%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비당원도 투표한 이번 경선에서도 과반의 지지를 얻으며 무난하게 승리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승리 연설에서 “엄청난 승리”라며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에서 이긴 후보는 누구도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가장 위대한 성공을 거두고 미국이 가는 방향을 되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헤일리 전 대사는 “아직 수십 개 경선이 남았다. 우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퇴 압박에도 다음 달 24일 자신의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릴 프라이머리에 참여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같은 날 치러진 민주당의 뉴햄프셔 경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개표율 88% 기준 67.5%를 얻어 승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인 인구가 대부분인 뉴햄프셔주 경선이 미국의 다양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며 이곳에 후보 등록조차 하지 않았지만 지지자들은 투표용지에 직접 이름을 써넣는 ‘기명투표’로 그에게 지지를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민주주의에) 이보다 큰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전현직 대통령의 이른바 ‘리벤지(Revenge·복수) 매치’가 조기에 확정되면서 4건의 형사 기소를 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위험, 두 사람의 고령 논란 등을 둘러싼 미국의 정치적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외교정책과 경제·통상 등 대선 주요 쟁점을 둘러싼 대결도 본격화되면서 국제 정세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맨체스터=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