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디까지 올라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페타르 셰그르트 타지키스탄 축구대표팀 감독(58)은 29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아시안컵 16강전을 승부차기 끝에 이긴 뒤 이렇게 말하면서 “우리는 이제 토너먼트의 다크호스”라고 했다. 타지키스탄이 꺾은 UAE(64위)는 아시안컵 3회 연속 4강 진출에 도전하던 팀이다.
타지키스탄의 8강 진출을 이끈 셰그르트 감독이 아시안컵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대회가 열리고 있는 카타르 현지 매체뿐 아니라 영국 로이터, 미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 ESPN 등도 셰그르트 감독에 관한 기사를 다루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6위로 아시안컵 본선 무대를 처음 밟은 타지키스탄의 8강 진출은 이번 대회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A조에서 1승 1무 1패를 한 타지키스탄은 ‘디펜딩 챔피언’ 카타르(3승)에 이어 2위로 16강에 올랐다.
크로아티아 국적의 셰그르트 감독은 2022년 1월 타지키스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는데 팀을 사상 처음 아시안컵 본선에 올려놓으며 타지키스탄의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선수 시절 수비수였던 셰그르트 감독은 독일 하부 리그에서 뛰었고 무릎 부상으로 이른 나이인 27세에 은퇴했다. 은퇴 후 스카우트와 유소년 팀 매니저 등을 거쳤고 아프가니스탄과 몰디브 대표팀 감독을 지냈다. 아프가니스탄을 처음으로 아시안컵 최종 예선까지 이끌었고 몰디브엔 남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이런 지도력 덕에 그에겐 ‘언더도그(이길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팀) 조련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타지키스탄의 8강전 상대는 FIFA 랭킹 87위 요르단이다. 조별리그 E조에서 한국과 2-2로 비겼던 요르단은 29일 이라크를 3-2로 누르고 8강에 올랐다. 셰그르트 감독은 “나의 다음 꿈은 다음 라운드(4강)에 가는 것이다. 타지키스탄의 꿈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나의 목표다”라고 했다.
김배중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