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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세수 펑크에도 SOC•현금 공약 쏟아내는 여야

역대급 세수 펑크에도 SOC•현금 공약 쏟아내는 여야

Posted February. 01, 2024 08:00   

Updated February. 01, 20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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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세가 당초 정부 예상보다 56조4000억 원 덜 걷히며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가 현실화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연간 국세수입이 344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어제 밝혔다. 정부가 지난해 본예산에서 잡았던 세입보다 56조4000억 원 적은 규모로,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발생한 것이다. 경기 침체와 자산시장 위축 등의 여파로 지난해 교육세를 제외한 모든 세목에서 세수가 줄었다. 반도체 불황으로 지난해 제조업 생산은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문제는 올해 상황도 나아길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국세가 정부 전망치보다 6조 원가량 덜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투자 등 내수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부동산·주식시장 회복도 더딘 탓이다. 정부가 예산 지출을 최대한 줄인다고는 하지만, 실질적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92조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4월 총선을 앞두고 대규모 SOC 사업과 현금성 지원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 경기 수원시를 찾아 전국 주요 구도심의 철도를 지하화하고 상부 공간을 통합 개발하겠다고 공약했다. 여당은 주변부지 개발로 사업비를 충당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적 액수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신년기자회견에서 저출산 대책으로 대학등록금을 포함한 교육비 일체를 무상화하는 ‘출생기본소득’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재원은 향후 마련해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여야 모두 막대한 재원 조달 방법에 대해선 답이 없는 셈이다.

여야가 의기투합해 사업성을 검증하는 예비타당성 조사 없이 밀어붙이는 SOC 사업도 한둘이 아니다. 국회는 경제성이 낮아 20년 넘게 무산됐던 ‘대구∼광주 달빛철도 건설’을 지난주 특별법으로 통과시켰다. 20조 원이 소요되는 ‘수원 군공항 이전’, 부산·울산·경남의 ‘동남권 순환광역철도’ 등 예타 면제를 추진 중인 법안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지역 표심을 노린 ‘묻지마’ SOC 사업이 줄잡아 90조 원에 육박한다.

나라 곳간은 정치권의 포퓰리즘 공약과 선심 입법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1100조 원을 넘어선 나랏빚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50%를 웃돌고, 재정 적자는 내년 GDP의 3%를 넘어선다고 한다. 그런데도 재원 대책도 없이 미래 세대에게 빚 폭탄을 떠넘기는 포퓰리즘 경쟁은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