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20일 폐암 수술을 받기로 했는데 연기됐습니다.”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에서 폐암 4기인 어머니 수술을 받기로 했다는 한 보호자는 1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16일 갑자기 담당 교수로부터 전화가 와 의사 파업으로 수술이 안 된다고 했다”며 ‘입원 예약 안내문’ 사진을 올리고 울분을 토로했다. 의정부성모병원은 “우리 환자가 맞다”며 “해당 환자의 경우 항암 치료를 2년간 하다 항암 약이 없어 수술을 결정했는데 담당 의사가 파업 때문에 수술이 어렵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 보호자는 “뉴스는 봤지만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날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 했다”며 “환자 생명으로 밥그릇 챙긴다고 협박하는 게 의사가 할 짓인가”라고 했다.
대학병원 전문의들이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확대 방침에 반발하며 20일 집단행동을 예고하면서 대규모 ‘의료 공백’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른바 ‘빅5(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 병원’ 소속 전공의 대표는 16일 “19일까지 전원 사직서 제출 후 20일 오전 6시 이후는 병원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전국 의대 40곳 재학생 대표들도 “20일 집단 휴학계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의대를 졸업한 전공의들은 수련병원 221곳의 최일선에서 수술과 진료를 담당한다. 빅5 병원의 경우 전체 의사 7042명 중 2745명(39%)이 전공의라 이들이 병원을 떠날 경우 진료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주요 병원에선 16일부터 중환자 수술이 연기되는 등 진료 차질이 시작됐다. 서울아산병원에선 이달 28일 예정됐던 뇌종양 수술이 미뤄졌고, 대구 경북대병원에서도 위암 환자 수술 일정이 연기됐다. 서울성모병원에서도 전공의 파업의 영향으로 일부 환자의 경우 항암 치료를 위한 입원이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병원은 ‘인턴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전도 검사를 생략하기도 했다.
2000년 이후 세 차례 의료계 파업이 있었지만 전공의가 집단 휴업 대신 사직을 결정한 건 처음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15일까지 원광대, 가천대 길병원 등 7개 병원 소속 전공의 154명이 사직서를 냈다.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6일 “집단행동으로 의대 증원 규모를 줄여 보려는 계산이 깔려 있을 수 있지만 정부는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전공의들이 근무하는 전국 221개 수련 병원에 ‘집단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 명령’을 내리고 각 병원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또 전공의가 진료를 거부하는 사례가 발각되면 그 즉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불복하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