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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도 시설도 없이 ‘관광실습’…2000명 증원 여건 갖춰졌나

교수도 시설도 없이 ‘관광실습’…2000명 증원 여건 갖춰졌나

Posted March. 19, 2024 07:32   

Updated March. 19, 2024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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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가 14, 15일 현재 입학 정원의 2배 이상 증원을 신청한 충북대와 부산대 의대를 직접 찾아갔더니 “의대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현장의 우려가 컸다. 실습용 시신 확보가 쉽지 않다 보니 어깨 넘어 구경만 하는 ‘관광 실습’을 하거나 진료를 참관하는 학생 수를 무한정 늘릴 수 없어 그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대 입학 정원은 당장 내년부터 늘어나는데 단기간에 교수와 실습시설 등 인프라를 확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증원분을 충북대, 부산대와 같은 지역 거점 국립대와 입학 정원 50명 미만의 미니 의대에 배정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내년 입학생이 본과에 들어가는 2027년까지 거점 국립대 교수를 지금보다 1000명 늘리고, 국립대 병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도 구인난에 시달리는 국립대 의대 교수를 단기간에 1000명이나 확충할 수 있을지, 예산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안에 시설 투자가 가능할지 교육 현장에선 미덥지 않다는 반응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2000명이 늘어난 의대 입학 정원 5058명의 의대별 배정을 20일 마무리하겠다고 한다. 학생부터 뽑고 교육 인프라를 갖추겠단 것인데 설익은 정책이 낳을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의대 교육의 질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의대 증원의 본질인 필수-지역 의료 정상화에도 도달하기 어렵다. 의대 증원분의 80%가 지역에 배정된다. 의사 양성 과정이 부실하면 지역 의료에 대한 불신을 키워 수도권 쏠림 현상도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다.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오늘로 한 달이 됐다. 그동안 전공의, 의대생, 교수가 차례대로 병원을 떠나는 집단행동에 동참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한다. 정부는 의대 증원 ‘못 박기’로 유급 위기에 처한 의대생, 행정처분을 앞둔 전공의의 조기 복귀를 기대한다지만 퇴로가 막힌 의료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더 크다. 이는 정부도, 의사도, 환자도 모두 지는 길이다.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환자들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이다. 정부는의대 교육 현장의 합리적인 목소리를 수렴해 의대 증원 규모와 속도 조정에 대해 열린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의료계도 이제는 증원 철회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증원 규모, 필수-지역 의료를 살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