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72·사진)이 7일 2030년까지 대통령으로 군림하는 ‘다섯 번째 대관식’을 치렀다. ‘현대판 차르’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은 30년 통치를 확정짓는 취임식 전날에 프랑스 등을 적으로 가정한 전술핵 실험도 명령하며 위세를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오경 모스크바의 크렘린궁 대궁전 안드레예프스키홀에서 취임을 선서했다. 1시간가량 진행된 취임식은 화려함을 뽐냈다. 그가 입장할 때 차이코프스키 행진곡과 함께 정오를 알리는 크렘린궁 종소리가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그는 취임 선서 뒤 새로운 임기를 맞아 포부를 밝히는 연설을 했다.
이날 취임식엔 입법·행정·사법부 대표는 물론이고 러시아 영웅 훈장 수훈자, 주요 종교 대표 등이 자리를 빛냈다. 크렘린궁은 취임식을 국내 행사로 보고 외국 정상을 초대하진 않지만, 러시아에 주재하는 모든 공관장을 초대했다.
하지만 일부 서방 공관장들은 참석 보이콧 움직임을 보였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는 서방 국가들은 이번 대통령 선거가 불공정했다며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27개국이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올해 3월 15∼17일 러시아 대선에서 역대 최고 투표율(77.44%)과 최다 득표율(87.29%)로 5선을 확정한 푸틴 대통령은 2030년까지 6년 임기를 보장는다. 푸틴 대통령은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퇴진으로 권한대행을 맡은 1999년 12월 31일부터 총리 시절(2008∼2012년)을 포함해 줄곧 실권을 유지해왔다. 만약 2030년 대선까지 출마해 6선에 성공하면 사실상 종신 집권을 이룰 수 있다.
취임식 전날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국방부가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술핵무기 배치 연습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일정과 방식은 공개하지 않은 채 비전략 핵무기 사용 준비와 배치 연습 등 군사훈련이라고 설명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이번 훈련은 일부 서방국가들에 대한 대응”이라며 “이들은 우크라이나에 지원된 서방 무기의 사용 제한을 철회하자고 주장해 러시아를 자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전술핵무기 카드를 꺼내든 건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파병설을 재차 언급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군대와 정부기관들이 우크라이나에 프랑스 군대를 배치했다는 보고를 확인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조은아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