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늦둥이 막내아들인 배런(18)의 정계 데뷔가 무산됐다. 배런의 어머니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멜라니아 여사의 사무실은 10일 성명을 통해 “배런이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대의원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배런이 플로리다주 공화당 대의원으로 선출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사전에 약속한 일 때문에 참여를 사양한다”고 덧붙였다.
공화당은 7월 15∼18일 밀워키주 위스콘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한다. 앞서 배런은 이달 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의 공화당 대의원 명단에 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3남 2녀 중 장녀 이방카를 제외한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 차남 에릭, 차녀 티퍼니도 대의원이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배런의 대의원 선출 직후 라디오 인터뷰에서 “배런은 훌륭한 학생이고 정치에도 관심이 많다”고 반겼다. 이에 배런이 플로리다주 대의원 자격으로 전당대회에 참여해 사실상 정계에 발을 들이는 것 아니냐는 추측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멜라니아 여사 측이 하루 만에 이를 뒤집은 것이다.
멜라니아 여사는 그간 아들의 사생활을 철저히 보호해 왔다. 그는 2017년 1월 남편이 취임했을 때 당시 뉴욕에서 거주하던 배런의 학업을 이유로 5개월 후에야 배런과 함께 워싱턴 백악관에 입성했다. 배런은 백악관 생활 당시 늘 아버지와 다른 차를 타고 이동하는 등 언론 노출을 최대한 피했다. 이를 감안할 때 이번 전당대회 불참 결정의 배후에도 멜라니아 여사의 의지가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다른 자녀는 정치활동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장녀 이방카와 그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는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각각 백악관 선임 고문을 지냈다. 이방카는 남편의 정치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의붓 어머니 멜라니아 여사를 대신해 당시 사실상 ‘대통령 부인’ 노릇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릭의 부인 라라는 올 3월부터 공화당의 대선 자금을 관장하며 전당대회도 주관하는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공동의장을 지내고 있다
김윤진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