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31일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에서 민희진 대표(사진) 측 사내이사 2명을 해임하고, 자사(自社) 임원 3명을 신규 이사로 선임했다. 이로써 하이브가 어도어 이사회를 3 대 1 구도로 장악해 민 대표를 고립시키는 형국이 됐다. 이날 민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를 향해 “펀치를 한 대씩 주고 받았으니 타협점을 찾자”고 말했다.
어도어는 이날 오전 임시주총을 열고 하이브 측이 추천한 김주영 최고인사책임자(CHRO), 이재상 최고전략책임자(CSO), 이경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통과시켰다. 신모 어도어 부대표 등 민 대표 측 사내이사 2명은 해임됐다. 앞서 법원이 민 대표가 제기한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을 받아들임에 따라 민 대표는 자리를 지켰다.
하이브가 어도어 지분의 80%를 갖고 있는 데다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은 민 대표에게만 해당하는 것이어서 민 대표 측근 2명의 사내이사 해임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이날 이사진 교체로 민 대표는 당분간 하이브 측 사내이사 3명과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이사회 의결을 요하는 중요 사안에서 양측이 맞서며 최근 컴백한 뉴진스 활동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노란색 재킷을 입고 환한 미소를 띤 채 입장한 민 대표는 하이브를 향해 “(경영권 탈취 논란은) 제가 건 싸움이 아니다. 지긋지긋하게 싸웠으니 감정적인 부분은 내려놓고 모두의 이익을 위해 다음 챕터로 넘어가자”고 했다. 그는 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법원 결정에 대해) 하이브도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타협을 제안했다.
하이브 측 사내이사들과 협력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하이브 출신이기 이전에) 이제 어도어 소속이기 때문에 어도어에 배임행위가 되지 않도록 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도어를 발전시키고 뉴진스에 대한 비전이 있는 분들이라면 저와 잘 협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하이브는 이날 민 대표의 대화 제안에 대해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하이브는 민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해 참고인 조사가 진행 중이다.
최지선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