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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풍선 vs 대북전단’ 벼랑끝 남북

Posted June. 07, 2024 08:17   

Updated June. 07, 2024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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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다시 ‘오물 풍선’ 테러에 나서면 최전방 지역 대북 확성기를 즉각 설치한다는 방침을 우리 군이 세운 것으로 6일 확인됐다. 군은 오물 풍선 재살포의 피해 규모 등에 따라서는 ‘확성기 설치와 동시에 즉시 방송 재개’까지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새벽 탈북민단체는 대북 전단 20만 장을 실은 풍선 10개를 북한에 살포했다. 북한은 앞서 대남 오물 풍선 세례를 퍼붓다가 돌연 2일 밤 ‘잠정 중단’ 담화를 내고 “한국 것들이 반공화국 삐라(전단) 살포를 재개하는 경우 발견되는 양과 건수에 따라 백 배의 휴지와 오물량을 다시 집중 살포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군은 대북 전단을 빌미로 북한이 오물 풍선 테러 등 대규모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북한 도발 시나리오에 따른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대응 태세를 집중 점검했다. 정부는 앞서 북한의 오물 풍선 테러에 대응해 4일 9·19 남북군사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시켰다. 대북 전단 살포를 빌미로 북한이 대규모 보복 조치에 나서고, 우리 군의 맞대응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면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 수위가 벼랑 끝까지 고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이날 “0시∼오전 1시 사이에 김정은의 망언을 규탄하는 대북 전단을 북한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이날 군도 이 풍선들을 포착했고 일부가 북한 상공으로 날아간 모습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해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고려해 접근하고 있다”며 강제 제지에 나서지 않겠다는 기존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한이 지난 오물 풍선 테러 때 3500개를 날려 보냈다고 밝힌 만큼 군은 조만간 수천 개가 넘는 오물 풍선이 집중 살포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주시 중이다. 정부는 북한이 3차 오물 풍선 살포를 감행해 우리 국민에 대한 실제 피해가 커지면 확성기 설치와 동시에 방송 재개까지 한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현충일 추념식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밝은 나라가 됐지만, 휴전선 이북은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암흑의 땅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오물 풍선 테러를 겨냥해 “서해상 포사격과 미사일 발사에 이어 최근에는 정상적인 나라라면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는 비열한 방식의 도발까지 감행했다”며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