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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北러 vs 韓美日’ 신냉전 소용돌이

한반도 ‘北러 vs 韓美日’ 신냉전 소용돌이

Posted June. 22, 2024 08:13   

Updated June. 22, 2024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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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한국의 대(對)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검토에 대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하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그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상응하는 결정을 할 것이고 이는 한국 지도부에 달갑지 않은 결정일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직접 한국에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보복하겠다’고 위협한 셈이다. 유사시 러시아의 한반도 군사 개입 근거를 담은 북-러 조약 체결에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불가 원칙을 제검토하겠다고 발표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북한에 초정밀 무기를 공급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으로 우리 정부가 규정해온 북한에 대한 첨단군사기술 이전을 노골적으로 거론한 것.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은 21일 담화를 내고 우리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우리 국경 부근에서 또다시 더러운 휴짓장과 물건 짝들이 널려졌다”며 “분명 하지 말라고 한 일을 또 벌였으니 하지 않아도 될 일거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복성 도발을 예고했다. 북한이 북-러 조약을 공개한 20일에는북한군 여러 명이 중부전선에서 군사분계선(MDL)을 20m가량 침범했다가 경고 사격을 받고 되돌아갔다고 합참이 21일 밝혔다.

러시아가 한국의 새로운 안보위협으로 떠오른 데 이어 북-러가 동시에 보복 위협을 내놓자 한국 정부는 한미일 공동 대응을 강조하고 나섰다. 우선 다음주 한미일이 해상·수중·공중·사이버 등 여러 영역에서 처음 실시하는 연합 군사훈련인 ‘프리덤에지에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이 참가한다. 정부는 북-러 동맹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일 3국 안보실장 또는 외교 국방 장차관급 소통을 확대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말 일본에서 개최되는 미일 2+2 외교·국방장관 회담에 한국이 처음 참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아직 확정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필요하면 우리도 참여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데는 다양한 옵션이 있다. 무기 제공 여부나 수준은 러시아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는 미국산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해당 무기의 사용 지역 제한을 대폭 완화했다. 지금까지는 러시아와 인접한 북동부 하르키우 일대에서만 쓰도록 했지만 이제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북-러 군사동맹이 불러온 안보 위협이 한-러 갈등은 물론 한미일 대 북-러 간 신냉전 대치를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장관석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