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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를 코미디로 만든 ‘정청래 스탠더드’

국회를 코미디로 만든 ‘정청래 스탠더드’

Posted July. 26, 2024 07:50   

Updated July. 26, 202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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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것을 관철하는 데는 기술력과 설득 방법이 정교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배웠다.”

2004년 17대 국회 당시 초선이던 정청래 의원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의정 첫해 소감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법사위 운영 방식을 보면 그때 정 위원장이 배워야 할 것은 기술력이 아닌 태도였던 것 같다. 친명(친이재명) 좌장 정성호 의원도 말했다. “태도가 본질이다. 본질이 태도로 나타난다.”

싸우면서 닮는 것일까. 야당이 검사 출신 대통령을 비판할 때 레퍼토리 중 하나가 ‘법 기술자’다. 정 위원장은 국회법을 무기로 쥔 ‘국회법 기술자’로 여당 의원과 증인, 참고인을 상대한다. 19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발의 청원 청문회’에서 정 위원장은 법사위 직원에게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이 계속 나를 째려보고 있어 의사 진행을 하기 상당히 불편하다”며 “5분간 계속 째려보는지 안 째려보는지 촬영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분간 계속 쳐다본다면 질서를 어지럽혔다고 판단해 국회법 145조 2항에 의거해 퇴장시키겠다”고 했다. 국회에 오래 근무한 한 관계자는 “째려본다고 퇴장시킬 조항은 국회법에 없다. 민주당 내에서도 박수를 치기보다 조마조마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참다못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정 위원장에게 22일 “오늘은 국회의원 배지를 내려놓고 잠시 거울 앞에서 본인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길 권해본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 위원장은 오후 페이스북에 거울 앞에 선 사진과 함께 “추 원내대표 권유대로 국회의원 금배지 떼고 거울 앞에 서봤다.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 아닌가”라고 올렸다. 한 민주당 당원에게 정 위원장의 태도에 관해 물으니 “이상한 법치로 대화와 타협을 없앤 것은 윤석열 정권이다. 지금 정권과 제대로 싸워 달라는 당원들의 요구에 가장 두각을 나타낸 것이 정 위원장”이라고 옹호했다.

옹호는 곧 압박이 된다. “정 의원처럼 하라”는 압박이다. 이건 친명 핵심인 박찬대 원내대표도 예외가 아니다. 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장에선 야당과 대통령실-여당이 세게 맞붙으면서 고성과 말싸움이 난무했다. 국회 운영위원장인 박 원내대표는 “입을 닫으면 원활히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가 곧 “입 닫으라는 표현에 기분이 언짢았다면 유감”이라고 사과했다. 위원장으로서 매너를 지킨 것이지만 강성 지지층인 개딸로부터는 ‘똑바로 하라’는 질타를 받았다. 정치권에선 “‘정청래 스탠더드’가 국회 운영 잣대가 되고 있다”는 자조도 나온다.

태도는 전염된다. 국회 본회의장 발언대에 선 여당 의원이 “인사는 존경심이 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에게 인사를 생략한다. 인사청문회에 나온 후보자가 민주당 소속 위원장에게 ‘인사 패싱’을 하는 지경이다.

급기야 22대 국회에서 ‘가위바위보’가 등장했다. 24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장에서다. 민주당 소속인 최민희 위원장은 “의사 진행 발언 할 사람 중에 가위바위보를 하라”고 말했다. 코미디 같은 상황이지만 웃을 수가 없다.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우려 들 때 가위바위보만 한 대안도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