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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가격개입 매주 2,3회… ‘보이는 손’만으론 물가 못 잡는다

정부 가격개입 매주 2,3회… ‘보이는 손’만으론 물가 못 잡는다

Posted August. 03, 2024 07:26   

Updated August. 03, 2024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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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대비 2.6% 올랐다. 6월까지 3개월 연속 하락하던 상승률이 ‘도깨비 장마’와 중동 정세 불안의 영향으로 반등한 것이다. 특히 농산물 가격이 9%나 올라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는 이보다 높은 상태다. 물가에 대한 불만이 크다보니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가격 개입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정부 부처들이 기업에 가격 동결, 인하를 직간접적으로 요청한 횟수만 70여회다. 매주 2,3회 꼴로 개입이 이뤄졌다. 4·10 총선을 앞두고 ‘대파 파동’을 겪은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 외식, 제분·제당 업체 등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가격동결을 압박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유통, 정유업계를 대상으로 가격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품 용량을 줄여 가격을 편법으로 올리는 ‘슈링크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현장조사를 강화했다.

인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릴 때 정부가 물가관리에 나서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가격을 억누르는 시간이 길어질 경우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들이 참지 못하고 가격인상에 나서면서 오히려 인플레 종료 시점이 늦춰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이번 인플레이션은 글로벌 이상기후, 중동사태 등 대외적인 ‘공급’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국내 시장의 가격통제만으로 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인상을 자제해온 기업들 가운데 오른 원자재, 인건비를 제품 값에 반영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하마스 지도자 암살사건으로 인해 중동 정세가 악화하면서 국제유가도 다시 요동치고 있다. 한국전력의 천문학적 적자 때문에 더위가 걷힌 뒤에는 전기요금 추가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게다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9월 기준금리 인하를 사실상 예고했다. 한국은행이 연내에 기준금리를 낮출 경우 유동성이 증가해 이번엔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다.

대내외 상황이 크게 달라진 만큼 정부의 물가정책도 방향을 바꿔야 한다. 부작용이 예상되는 인위적 가격개입은 줄이고 체감물가에 영향이 큰 농산품 등의 공급을 확대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금사과 사태’를 교훈삼아 국내 생산만으로 수급이 불안정한 상품의 수입을 적극 검토하고, 지지부진한 유통구조 개선도 속도를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