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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 정치의 폐해 … 국민 58% “정치 성향 다르면 교제 뜻 없다”

저질 정치의 폐해 … 국민 58% “정치 성향 다르면 교제 뜻 없다”

Posted August. 05, 2024 08:18   

Updated August. 05, 2024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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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성향이 다르다면 연애와 결혼을 할 뜻이 없다는 국민이 58%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친구·지인이라도 정치 성향이 다르면 술자리를 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33%였고,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함께 할 수 없다는 답은 71%에 이르렀다. 국책연구소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사회통합 실태진단 결과에 따른 것이다. 보사연은 지난해 6∼7월 19∼75세 남녀 3950명을 대면 면접 조사한 연구결과를 어제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2016년 대통령 탄핵정국을 거친 뒤 더 심해진 정치적, 이념적 갈등이 공론장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란 걸 보여주고 있다. 나쁜 정치의 해악은 개인의 일상적 삶까지 파고든다는 뜻이다. 연애나 결혼, 술자리, 정기적인 사회·단체생활 중에 정치가 화제로 떠오른다면 대화가 불편해지고, 만남의 의미가 사라지는 단면을 보여준 것이다.

최근 국회 뉴스만 보더라도 이런 결과는 놀랍지 않다. 민생정치를 놓고선 볼 수도 없던 밤샘 필리버스터와 주말 오전의 국회 본회의, 반복되는 탄핵안 처리와 대통령 거부권 등 어느 것 하나 ‘충돌할 때 하더라도 대화로 풀라’는 국민의 바램에 부합하는 게 없다. 이런 식의 정치는 저급한 언어가 격을 더 떨어뜨린 뒤, 갈등 유발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일부 극단적 SNS가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이런 정치에 자주 노출되다보니 연애, 결혼, 술자리, 사회활동에서 정치적 다름을 불편하게 느끼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정치를 이끌어야 할 책무가 있는 용산 대통령실과 국회 제1당은 누가 더 자극적으로 공격하느냐를 경쟁하듯 한다. 용산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을 두고 “북한 오물풍선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행태가 오물”이라고 맞받았다. 어느 나라나 여야간 다툼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상대의 정치적 선택을 오물이라며 말폭탄을 주고받는 곳이 어디 또 있을까.

지금 정치는 뭔가 잘못돼 있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해야 함에도 거꾸로 국민이 정치를 걱정한다. 셀 수도 없이 지적됐지만, 달라질 조짐도 없다. 이젠 한 발 더 나가, 우리가 저질 정치에 부대끼면서 일상이 영향받고 있는 걸 숫자로 확인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