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 방산 기업의 협력 업체가 해킹 당해 우리 군 핵심 대북 공중정찰자산인 ‘백두·금강’ 정찰기 관련 기술자료들이 상당수 유출됐고 우리 정부는 북한을 해킹 주체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는 군 장비 운용 및 정비 매뉴얼 등이 담긴 교범을 제작하는 곳인 만큼, 이번 해킹으로 백두·금강 정찰기의 기술 자료, 운용·정비 관련 내용 등이 북한에 유출됐을 것으로 보인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정찰기는 물론이고 군사정찰위성 등 대남 감시의 ‘눈’에 해당하는 정찰자산 확보 및 성능 개량에 사활을 걸고 있다. 북한이 이번 기술 탈취를 통해 자체 정찰 능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우리 군 정찰 전력을 회피하겠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8일 복수의 방산업계·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은 해당 업체는 물론이고 다른 중소 협력업체들에 대한 해킹 시도가 최근 집중적으로 이뤄진 정황을 확인해 수사 중이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북한 추정 세력의 해킹 공격으로 백두·금강 정찰기 관련 기술 자료 상당수가 빠져나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해킹 피해를 당한 여러 업체들을 상대로 IP 추적 등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장비 관련 교범을 제작하는 업체 특성상 정찰기를 구성하는 주요 장비의 세부 제원 등 핵심적인 기술이 유출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독자적인 대북 정보 수집을 위해 1991년 도입 사업이 추진된 백두·금강 정찰기는 2002년 실전 배치된 뒤 20여 년간 우리 군의 핵심적인 대북 정보 수집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금강 정찰기는 전방 일대 북한군 관련 영상정보(IMINT·이민트)를 수집한다. 백두 정찰기는 북한 전역의 신호정보(SIGINT·시긴트) 및 통신정보(COGINT·코긴트)를 수집해 북한군 간 통신·장비 운용 상황을 실시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백두, 금강이란 이름이 붙은 건 최고 1만3000m까지 상승해 신호정보는 백두산까지, 영상정보는 금강산 이북지역까지 수집 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사일이나 지상 전력 등에 비해 공중 감시정찰 능력이 한미에 크게 열세인 상황이다. 정부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올해 초 ‘눈(정찰자산)’과 관련해 집중 해킹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안다”면서 “실제 우리 정찰자산을 겨냥한 북한의 해킹 빈도도 올해 들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신규진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