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상 마지막 3차 시기. 196kg의 바벨을 가슴까지 들어 올린 박주효(27)는 움켜쥔 두 손을 하늘로 들어 올렸다. 눈앞에 보이는 올림픽 메달을 향한 마음에 그는 자신의 용상 기록(195kg)보다 1kg 더 무거운 바벨에 도전했다. 두 팔을 부들부들 떨며 무게를 버티던 그는 결국 바벨을 머리 뒤로 떨어뜨렸다. 아쉬움에 허공을 향해 두 차례 주먹을 내지르고는 그대로 바닥에 엎드렸다. 쏟아지는 관중들의 박수 갈채에도 흐느끼며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장애 5급이라는 부상을 극복한 박주효의 첫 번째 올림픽이 이렇게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 역도의 첫 주자로 나선 박주효가 9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아레나6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남자 73kg급에서 인상 147kg, 용상 187kg, 합계 334kg으로 전체 12명 중 7위를 했다. 우승자 인도네시아 리즈키 주니안샤(21·합계 354kg)와 20kg 차다. 용상 2차 시기에서 187kg을 들어 올리는 데 성공한 박주효는 3차 시기에 196kg에 도전했지만 실패하면서 대회를 마쳤다.
중학교 때까지 야구를 하다 역도로 종목을 바꾼 박주효는 이내 두각을 드러내며 고등학교 3학년 때 태극마크를 달았다. 2017년 국제역도연맹(IWF)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했고, 2019년에는 세계선수권에서 7위를 하며 유망주로 떠올랐다. 그러나 불의의 부상이 찾아왔다. 2021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군 복무 중 척추를 다쳤다. 온몸으로 무게를 버텨야 하는 역도 선수에겐 치명적인 부상이었다. 하반신 마비를 겪기도 했다. 박주효는 철심을 4개 박는 수술로 장애5급 판정을 받았다. 허리가 조금만 아파도 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아야 할 정도로 트라우마도 남았다.
박주효는 포기하지 않았다. 의료진도 3년은 걸릴 거라는 재활 기간을 피나는 노력 끝에 1년으로 단축하며 다시 바벨 앞에 섰다. 지난해 세계선수권(9위)과 항저우아시안게임(6위)에도 출전했다. 올 4월 IWF 월드컵에서 자신의 합계 최고 기록(345kg)으로 5위를 하며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TV 노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할 정도로 가창력이 뛰어난 박주효는 평소 음악과 함께 스스로와의 싸움을 이겨낸다고 한다.
대회 뒤 박주효는 “워밍업 장에서 몸을 풀 때는 정말 컨디션이 좋았다. 그런데 안 좋을 때 하는 버릇이 인상에서 또 나와버렸다. 내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용상을 앞두고는 갑작스러운 두통으로 집중력을 잃기도 했다. 대기시간 동안 마사지로 두통을 달래봤지만 크게 나아지는 건 없었다. 박주효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아팠다. 왜 이 중요한 순간에 머리가 아픈지 나도 이해할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번 대회 시상대에 올라 ‘한국 역도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던 박주효는 “파리 대회만 보고 살았다. 지금은 잠시나마 바벨을 보고 싶지 않다”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그러나 이내 “며칠만 쉬어도 바벨을 잡고 싶어진다”며 다음 도전을 기약했다.
강홍구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