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50억 이상 전세사기범, 최대 무기징역

Posted August. 14, 2024 08:04   

Updated August. 14, 2024 08:04

中文

전세사기나 보이스피싱 등 조직적으로 이뤄지거나 대규모 피해를 일으킨 사기 범죄에 대한 처벌이 최고 무기징역까지 강화된다. 기존에는 피해자가 원치 않는 경우에도 피의자가 감형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공탁’을 악용했지만 앞으로는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으면 형을 깎아주지 않기로 했다. 서민을 대상으로 한 ‘기업형 전세사기’ 등의 피해가 속출하면서 엄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기 범죄 양형 기준이 바뀌는 것은 2011년 이후 13년 만이다.

●전세사기 등 최대 무기징역 가능

13일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이상원)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사기범죄 양형 기준 수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양형위는 전세사기나 보이스피싱 등 조직적 사기 중 사기 금액이 50억∼300억 원인 경우와 일반 사기 중 사기 금액 300억 원 이상인 경우 징역 25년 6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죄질이 무거우면 권고형량보다도 더 무겁게 처벌하는 ‘특별조정’을 통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하도록 양형 기준을 강화했다.

양형위는 사기 금액이 300억 원 이상인 조직적 사기에 대해 가중 처벌할 경우 최대 무기징역을 선고하도록 명시했다. 기존에도 ‘11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하는 규정은 있었지만 이번에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또 기존엔 일반 사기로 5억∼50억 원의 피해를 입힌 사기범에 대해 최대 10년 6개월의 징역형까지 선고할 수 있었지만, 앞으론 최대 12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같은 피해 규모의 사기 사건이라도 조직적으로 이뤄진 경우에는 최대 16년 6개월(기존 13년 6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다.

그간 전세·보이스피싱·보험사기 등 사기 범죄 유형이 다양해지고 조직화되고 있음에도 양형 기준은 과거 단순 사기 범죄에 맞춰져 있어 범죄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번 양형위의 결정으로 대규모 피해를 양산한 사기범들에게 중형을 선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습공탁’ 통한 감형도 막는다

양형위는 또 사기범죄자가 법원에 피해자가 원치 않는 공탁을 하는 등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는 형을 깎아주지 않기로 했다. 공탁은 피해 회복 수단에 불과한데도 공탁이 당연한 감형 고려 요인인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비판을 고려한 조치다.

보험 사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집행유예 선고 기준도 제한하는 방안도 권고안에 담겼다. 양형위는 ‘보험 등 전문직 종사자가 범행에 가담한 경우’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그동안 금융사기 등을 처벌할 때 ‘피해자가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으려고 한 경우’를 피고인들의 감형 사유로 고려했지만, 앞으론 형을 깎아주지 않기로 했다. 조직적 사기에서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거나 실행을 지휘한 피고인에 대해서는 집행유예 선고를 더욱 엄격하게 판단하도록 권고했다.

양형위는 향후 공청회와 관계기관 의견조회 등을 거쳐 내년 3월 전체회의에서 사기범죄의 양형 기준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양형위는 “사기 범죄 양상 및 국민 인식의 변화, 기존 양형 기준의 전반적 재검토를 거쳐 권고 형량 범위를 정했다”며 “다수 피해자를 양산하고 사회적인 해악이 큰 다중 피해 및 고액 사기 범죄에 대한 엄벌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처벌 상한을 상향했다”고 밝혔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