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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끝낸 프랑스, ‘빚잔치’ 맞이하나

올림픽 끝낸 프랑스, ‘빚잔치’ 맞이하나

Posted August. 19, 2024 08:38   

Updated August. 19, 202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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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파리 올림픽을 11일(현지 시간) 끝낸 프랑스는 축제의 진한 여운에 젖어 있다. 올림픽 4관왕에 오른 수영 선수 레옹 마르샹은 국가 영웅처럼 회자된다. 승리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줄 ‘올림픽 굿즈’도 여전히 인기다. 땀이 묻었을 법한 자원봉사자들 유니폼의 양말이나 스카프마저 온라인 중고시장에서 고가에 팔린다.

파티는 끝났고, 샴페인에 취해 있던 프랑스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 들렸다. 폐막 5일째인 16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3일 야당 지도자들과 연쇄 회담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미뤄둔 국정을 논의하는 물꼬를 튼 셈이다. 무엇보다 재정 적자가 큰 근심거리다. 나랏빚이 너무 불어 재정 적자가 심각해졌기 때문.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는 이미 2022년 기준 117.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78.6%)를 훌쩍 넘는다.

오죽하면 프랑스 회계감사원(Cour des Comptes)이 직접 나서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의 씀씀이를 저격했을까. 감사원은 올림픽이 끝나기도 전인 지난달 29일 엘리제궁 예산 감사보고서를 발표해 830만 유로(약 124억 원)의 적자를 지적했다. 지난해 찰스 3세 영국 국왕 만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만찬 비용까지 조목조목 꼬집었다. 환불이 불가능했던 출장 12건이 취소돼 83만 유로(약 12억 원)가 넘는 돈을 날렸다고도 공개했다.

엘리제궁의 방만한 살림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프랑스 재정 적자의 좀 더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정부의 경제성장 전망 오류와 비현실적인 재정 목표가 꼽힌다.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너무 낙관적으로 전망해 세금이 넉넉하게 걷히리라 보고 예산을 여유롭게 짠 것이다. 정부의 재정 적자 감축 목표도 애초에 무리였다. 정부는 재정 적자를 유럽연합(EU)이 권고하는 대로 ‘GDP 대비 3%’로 줄이겠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5.5%로 줄였을 뿐이다.

정치인들이 표심을 잡으려 ‘돈 풀기 공약’을 남발한 점도 비판을 받는다. 그 바람에 예산이 과도하게 지출되고 세금은 덜 들어오게 됐다.

프랑스 국가 부채와 재정 적자는 경제에 큰 위협이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다시금 심각해지며 정부가 돈 쓸 일은 많은데 돈이 그만큼 많이 들어올지는 의문이다. 프랑스의 경제성장률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낮췄다. 2013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국가 부채와 재정 적자를 놓고 지금 프랑스가 맞이한 어려움은 한국도 미래에 겪을 수 있다. 우선, 한국 정부도 세수 예측에 실패했다. 지난해 정부의 세수 예상치와 실제 걷힌 세수의 차이인 오차율은 14.1%였다. 이는 일회성 실수가 아니다. 정부의 세수 오차율은 3년 연속 두 자릿수다.

정부의 경제성장 전망 오류도 두드러진다. 2022년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기획재정부의 2010∼2021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 오차는 0.95%포인트로 지적됐다. 한은(0.88%포인트), 한국개발연구원(0.81%포인트)보다 컸다. 정부의 돈 풀기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세금을 깎아줄 수는 있다. 하지만 줄어드는 세금을 고려해 세수 조달 대책은 얼마나 철저하게 세웠는지 의문이다.

연이은 ‘세수 펑크’에도 여야는 경쟁적으로 돈 풀기 대책을 내놓는다. 최근 프랑스 감사원장은 의회를 향해 “재정 적자 해결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공통의 이익을 위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 국회도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다. 또 이런 쓴소리가 한국에서도 더 나와야 한다.


조은아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