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방문진 이사 임명 효력 정지… ‘2인 체제’가 부른 혼란

방문진 이사 임명 효력 정지… ‘2인 체제’가 부른 혼란

Posted August. 27, 2024 07:34   

Updated August. 27, 2024 07:34

中文

서울행정법원이 26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신임 이사 임명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상임위원 등 대통령이 지명한 2인의 결정으로 방문진 이사를 임명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31일 방통위가 임명한 신임 이사 6명은 본안 소송 판결이 나온 뒤 30일이 지난 때까지 임기를 시작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방문진 이사들은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후임자 임명 때까지 계속 자리를 지키게 됐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방통위가 2인의 위원으로 중요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것은 입법 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정치적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상임위원 5명으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인데, ‘2인 체제’로는 이런 입법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방통위가 2인 체제에서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의 후임자를 임명한 것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이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던 것과 같은 취지다.

이같은 혼란은 방통위를 기형적으로 운영한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8월 상임위원 3명의 임기가 만료됐으나 야당과의 갈등 속에 후임자 추천과 임명이 미뤄지면서 1년 넘게 2인 체제로 운영돼 왔다. 최근 방문진 이사 임명 땐 방통위 운영규칙을 무시하고 사전 안건 공개 등도 생략한 채 선임안을 통과시켰다. ‘83명의 지원서가 643장에 이르는데 2시간 안에 검토 추천 임명했다’는 졸속 심사 지적도 나왔다. 절차 준수와 심의 적법 여부에 관해 법원은 “합의제 기관의 의사 형성에 관한 각 전제 조건들이 실질적으로 충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방통위 ‘꼼수 운영’에 잇따라 제동을 건 것은 현 방통위 체제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던지게 만든다. 방통위는 2008년 방송과 통신의 융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설립됐지만 공영방송을 둘러싼 정치권의 주도권 다툼 속에 극단적 갈등이 계속돼 왔다. 최근엔 ‘방송 장악’ 논란 속에 야권이 위원장 탄핵을 잇따라 추진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여야는 공석인 위원 3명을 서둘러 추천하고 대통령은 이를 임명해 최소한 합의제의 구색이라도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