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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빚 줄이는데, 한국만 ‘부채 역주행’

세계는 빚 줄이는데, 한국만 ‘부채 역주행’

Posted August. 27, 2024 07:35   

Updated August. 27, 202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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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이후 선진국들이 빚을 줄여가는 동안 한국에서는 가계·기업·정부 등 경제주체들의 부채 수준이 오히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서민·중소기업 지원과 상생 등을 명분으로 대출금리 상승을 인위적으로 틀어막고 이자 환급 등 무리한 시장 개입을 한 결과 가계와 기업부채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 결과로 해석된다.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이 임계점이 다다랐지만 한국은행은 막대한 가계빚 때문에 금리 인하에 섣불리 나설 수 없고, 정부도 쌓여가는 국가부채 때문에 재정 여력에 한계가 있다. 한국 경제가 ‘부채의 덫’에 걸려 사방으로 포위된 형국이라는 진단마저 나온다.

26일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현재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기업·정부 부채 비율은 251.3%로 집계됐다. 코로나 사태 당시인 2020년 4분기(242.7%)보다 더 증가한 것이다. 반면 선진국의 부채 비율은 같은 기간 319.3%에서 264.3%로 급격히 감소했다. 전 세계 평균도 같은 기간 285.4%에서 245.1%로 줄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시계를 넓혀 봐도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9년 1분기 67.7%에서 작년 4분기 93.5%로 급증한 반면 선진국들은 76.4%에서 71.8%로 오히려 줄었다. 이는 한국이 가계 소득보다 빚의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한국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DTI)은 2008년 138.5%로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2022년 말에는 203.7%로 급등했다. 선진국 평균은 같은 기간 164.4%에서 160.7%로 오히려 낮아졌다.

한국의 부채 위기는 고금리 환경에서 고통스럽더라도 빚을 줄여나가는 정공법을 쓰지 않고, 빚내는 것을 용인하며 부실기업을 연명시키는 진통제 처방에 의존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부동산 관련 대출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지원책이 주요국보다 장기간 지속된 데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