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높이 22m, 가로 8m 크기의 거대한 ‘한글벽’이 세워진다.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강익중 작가와 뉴욕한국문화원이 세계 50여 개국 7000여 명이 한글로 제출한 ‘인생 문구’를 작품으로 만들어 공개하는 것이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뉴욕한국문화원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지 약 600년 만에 한글을 주제로 한 글로벌 공공미술 작품이 탄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19일 찾은 뉴욕한국문화원은 작품 설치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6월 신청사를 공식 개관한 뉴욕한국문화원은 건물 내벽에 ‘한글’을 테마로 한 미술작품을 설치하기 위해 지난 1년간 강 작가와 협업해 왔다.
강 작가는 1990년대 고 백남준 작가와 2인전을 여는 등 지난 40년간 뉴욕을 대표하는 설치미술가로 활동해 왔다. 특히 그는 가로세로 3인치(약 7.6cm)의 정사각형 패널에 한글을 한 글자씩 새겨 모아 대형 작품을 만드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강익중체’로 불리는 한글 폰트에 알록달록한 색을 더해 한국의 색감을 표현한다.
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은 “한글 작품 속에 세계를 담기 위해 5월부터 두 달간 별도의 사이트를 구축하고 전 세계로부터 자신만의 ‘인생 한 줄’을 받았다”며 “사이트에 각자 나라의 말로 문장을 입력하면 한글로 번역돼 도안이 나왔고, 이를 각자가 원하는 색으로 색칠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5개월에 걸친 해당 사이트 구축은 LG CNS가 재능기부했고, 한국의 양현재단과 미국의 동포기업 키스그룹이 제작비를 후원했다. 강 작가 역시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강 작가는 “7000개가 넘는 문구 가운데 1000개를 뽑아 작성자 이름과 함께 작품에 담았다”며 “총 2만여 개의 한글 패널로 작품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를 함께한 조희성 뉴욕한국문화원 큐레이터는 “작품을 보다 보면 공감과 위로가 되는 문구가 많다”며 “BTS의 노래 가사 등 K컬처를 한글로 담은 외국 참가자도 자주 보였다”고 전했다. 강 작가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씨가 보내준 ‘마음의 중심을 잡고 걸어가자’란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며 “한국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최고조인 시기에 우리의 문자 속에 세계인의 철학을 담아낼 수 있어 뜻깊다”고 말했다.
한편 뉴욕한국문화원은 ‘한글벽’ 공개에 맞춰 구겐하임 뮤지엄과 휘트니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강 작가의 작품을 대여해 ‘우리는 연결돼 있다(We are Connected)’란 제목으로 그의 회고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전시는 이달 26일부터 11월 7일까지 이어진다.
임우선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