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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 집 건너 두 집 ‘나혼산’ 더 급해진 축소사회 대응

 다섯 집 건너 두 집 ‘나혼산’ 더 급해진 축소사회 대응

Posted September. 23, 2024 07:46   

Updated September. 23, 2024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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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J는 최근 이사를 한 뒤 통장으로부터 문자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실제로 집에 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문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메시지는 ‘세대원 누구나 확인 가능합니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그는 혼자 산다며 주말 아침에 방문할 순 없느냐고 물었다. 프로젝트 마감을 앞두고 계속 야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후 11시 안에만 전화 주세요’라는 짧은 답만 돌아왔다. 결국 11시 넘어 통장이 집 앞에 왔다 갔다. J는 “혼자 사는 사람은 어쩌라는 건지 화가 났다”며 “당연히 함께 사는 다른 사람이 있을 거라는 마지막 문장이 더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

J의 에피소드가 다시 떠오른 건 통계청이 12일 내놓은 장래가구추계 때문이었다. 통계청은 2, 3년에 한 번씩 앞으로 30년 동안의 가구 규모, 가구원 수 등을 전망하는데, 이번 추계에선 빨라진 1인 가구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1인 가구는 2037년 전체의 40.1%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됐다. 당장 13년 뒤면 다섯 집 중 두 집은 혼자 사는 셈이다. 2년 전 추계 때는 2050년에도 1인 가구 비중은 40%를 넘지 않았다.

이미 정부는 4년 전에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중장기 대응 방안을 내놨다. 당시 정부는 “빠른 가구 구조 변화에도 불구하고 주거, 복지 등 가구 관련 정책들은 과거 4인 가구 중심의 골격을 유지 중”이라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대응 방안에는 공유주택 활성화를 비롯해 여성 1인 가구에 대한 안전 강화, 노인 1인 가구에 대한 고독사 방지 노력 등이 담겼다. 하지만 J처럼 “그런 정책을 언제 내놨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더 많다.

그때 중장기 대응 방안에는 ‘1인 가구 신산업 육성’도 포함됐다. 간편식품 산업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고, 1인 가구 메뉴 개발 등 컨설팅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책 효과는 알 수 없지만 기업들은 빨라진 축소사회 시계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미 대형마트에서도 1인 가구를 위한 소용량, 소포장 제품을 쉽게 볼 수 있고 다양한 1인용 주방 가전제품들도 출시됐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건 고령화의 또 다른 모습이다. 이미 자녀들과 따로 사는 노인들이 많아지면서 1인 가구 수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1인 가구는 앞으로 30년 안에 2.6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52년이 되면 1인 가구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가 ‘80세 이상’이 된다. 이미 지난해 가족실태조사에서 70세 이상 응답자들이 두 번째로 필요한 가족 지원 서비스로 ‘1인 가구 생애주기별 지원’을 꼽았던 건 곱씹어 볼 만한 대목이다.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저출산 탓에 1인 가구 대응이 뒷전으로 밀릴 순 있다. 아이가 더 많이 태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2명 이상의 가구를 우대하는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삶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1인 가구가 되는 것 역시 이제는 고령화가 가져올 코앞의 현실이 됐다. ‘축소사회 대응’이라는 구호에 알맹이를 채워 넣어야 한다. ‘4인 가구 중심의 골격’과 현실이 부딪혀 불협화음이 터져 나올 때가 그리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