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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만에 한번 내릴 비”… 시간당 104mm 가을폭우

“200년만에 한번 내릴 비”… 시간당 104mm 가을폭우

Posted September. 23, 2024 07:49   

Updated September. 23, 2024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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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아생전 겪은 가장 악몽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집에 있었는데 손쓸 틈도 없이 순식간에 허리까지 물이 차올라 몸만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22일 경남 김해시 칠산서부동 최용기 이동마을 통장은 허탈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20일부터 427.8mm의 물폭탄이 쏟아진 김해에선 지역 하천인 조만강 수위가 급격히 상승했고, 21일 오전 9시경 범람한 강물이 이동마을을 휩쓸었다. 최 씨는 “119에 신고하는 사이 하천 수위가 굉장히 빠르게 불더니 강물이 제방을 넘어 집과 논을 덮치기 시작했다”며 “한 시간만 더 폭우가 쏟아졌다면 둑이 터져서 논이며 주택이며 전부 물에 잠겨 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해에선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대성동고분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주말 동안 경남, 부산, 전남, 제주 등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21일 부산에선 대형 싱크홀(땅 꺼짐)이 발생해 부산소방재난본부 배수 차량과 5t 트럭이 구멍으로 빠지는 사고가 났고, 전남 장흥군에선 급류에 휩쓸린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일부터 내린 비로 22일 오전 8시 기준 축구장 5050여 개 면적에 해당하는 3608ha(헥타르)에서 농작물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기상청 등에 따르면 19일부터 21일 밤 12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제주 삼각봉이 770.5㎜, 경남 창원시 529.4㎜, 김해시 431.1㎜, 전남 여수시 400.5㎜, 강원 속초시 388.5㎜ 등이었다.

특히 창원에선 21일 한때 시간당 104.9㎜의 ‘극한호우’가 쏟아졌다. 이번 집중호우는 지난해 누적 강수량(2161.1㎜)의 4분의 1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시간당 30㎜ 이상이면 폭우로 분류되고, 50㎜ 이상이면 극한호우에 해당한다. 시간당 100㎜ 넘는 비가 내리면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창원의 과거 시간당 강수량 기록은 2009년 7월 16일 102㎜다. 기상청은 이번 경남 지역 폭우를 “200년에 한 번 내릴 만한 폭우”라고 분석했다.


이소정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