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외식 브랜드의 교묘한 이중가격, 소비자 기만 아닌가

외식 브랜드의 교묘한 이중가격, 소비자 기만 아닌가

Posted September. 24, 2024 08:17   

Updated September. 24, 2024 08:17

中文

대형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중심으로 배달 앱으로 주문할 때의 가격이 매장 판매가격보다 비싼 ‘이중 가격제’가 확산하고 있다. 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는 24일부터 배달 주문 가격을 단품 메뉴는 700∼800원, 세트 메뉴는 1300원 높이기로 했다. 맥도날드, 버거킹 등 다른 버거 프랜차이즈는 이미 이중가격을 적용하고 있다.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개인 식당들로도 번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와 음식점주들은 배달 비용 부담 때문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중가격을 주문·결제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것이 문제다.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침해하는 기만적 조치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서울 시내 34개 음식점을 조사해보니 20개 음식점이 이중가격을 운영하고 있었고, 그 중 65%인 13곳은 가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 배달 주문가격을 높이면 여러 메뉴를 시킬 경우 정액 배달비를 낼 때보다 소비자 부담이 훨씬 커지는 것도 문제다.

이중가격제가 확산된 데는 일방적으로 배달 수수료를 올린 배달 플랫폼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 올해 들어 배달 플랫폼들은 경쟁적으로 ‘무료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소비자에게 배달비를 받지 않는 대신 점주들에게 받는 중개 수수료율을 44%나 올렸다. 소상공인연합회 등의 조사에 따르면 점주들이 배달앱 주문으로 100만 원을 벌면 이 중 24만 원은 중개수수료, 결제수수료, 배달료, 광고비 등의 명목으로 플랫폼이 가져간다.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가 배달 플랫폼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겠다고 나서는 등 갈등이 격화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소비자에 대한 배려는 잘 보이지 않는다. 배달 앱들은 소비자에게 선심 쓰듯 무료배달을 내세웠지만 실제론 점주들에게 부담을 떠넘겼다. 이를 비판하는 점주들 역시 고객 몰래 ‘숨은 가격’을 청구한다. 무료배달인 줄 알았다가 실제론 배달비 내고 먹은 소비자들만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배달 서비스가 일상화된 현실에서 배달비는 소비자를 포함해 결국 누군가는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다. 문제는 누가 얼마나 내야 할지, 적정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투명한 논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7월부터 배달앱 사업자와 자영업자 단체로 구성된 대화 기구가 운영되고 있지만 첨예한 의견대립으로 공전만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자율규제를 내세워 뒷짐만 지지 말고 합리적인 의견 수렴과 중재를 통해 적극적으로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