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들을 둔 딸이 아이들을 재워 놓고 밤마다 공부했습니다. 애들이 울기라도 하면 등에 업거나 무릎에 눕혀 놓고 공부해 경찰이 됐습니다.”
최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보낸 사람은 27일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에서 열리는 신임 경찰 제31기 졸업식을 앞둔 윤은정 순경(40)의 어머니였다. 가족들에 따르면 윤 순경은 낮에는 세 아들을 키우고, 밤에는 경찰 임용 시험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는 마침내 40대에 경찰의 꿈을 이뤘다.
27일 중앙경찰학교 대운동장에서는 제314기 신임 순경 2191명의 졸업식이 열렸다. 경찰청 차장, 국가경찰위원회 위원장, 졸업생 2191명과 가족 9000여 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색 졸업생들의 사연도 눈길을 끌었다.
‘세 아들 엄마’ 윤 순경은 어머니가 대통령실에 편지를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어머니는 편지에 “힘든 여건 속에도 염원이었던 경찰의 꿈을 이룬 딸을 격려해주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를 접한 윤석열 대통령은 축하 서한을 보내 “윤 순경의 도전과 성취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며 “엄마 경찰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일과 가정이 양립 가능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격려했다.
전민선 순경(34)은 제707특수임무단에서 8년간 여군으로 복무한 경력을 가졌다. 그는 2012년 하노이 국제유도대회에서 금메달까지 수상한 유도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다. 송화평 순경(30)은 복싱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2021년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다. 송 순경은 “현실판 마동석이 돼 범죄자에겐 단호하고 약자에겐 부드러운 외유내강 경찰관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성욱 순경(23)은 지구대 및 파출소 현장 교육을 받을 때 강제추행 피의자를 100m 넘게 추격해 붙잡았다. 윤현상 순경(31)은 건물 난간에서 투신을 시도하는 구조 대상자를 설득해 구조했다. 황보정 순경(24)은 ‘괴한이 칼 들고 찌르려고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범인을 제압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대통령상은 종합 성적 최우수자 1위 진영훈 순경(24), 국무총리상은 이근복 순경(24)이 각각 수상했다. 이호영 경찰청 차장은 축사를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이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최후의 버팀목이라는 절실한 마음으로 각종 범죄·비리에 맞서 싸워 달라”고 당부했다. 중앙경찰학교는 1987년 개교해 올해로 37주년을 맞는다. 이번 졸업생을 포함해 13만8932명의 경찰관을 배출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