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월드시리즈는 핼리 혜성처럼 오는 경기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2024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7전4승제)를 핼리 혜성에 비유했다. 핼리혜성은 약 76년을 주기로 지구에서 관찰할 수 있는 혜성으로 평생에 두 번 보면 많이 볼 만큼 흔치 않은 경기라는 뜻이다.
26일부터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시작되는 LA 다저스와 뉴욕 양키스의 월드시리즈는 MLB 최고 팀 간의 맞대결이다. 올 시즌 다저스는 내셔널리그(NL)에서 최다승(98승)을, 양키스는 아메리칸리그(AL)에서 최다승(94승)을 거뒀다. 양대 리그 최다승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만나는 건 1995년 와일드카드 체제 도입 이후 역대 4번째다. 두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만난 건 41년 만이다.
특히 이번 월드시리즈는 NL 홈런왕 오타니 쇼헤이(다저스·56홈런)와 AL 홈런왕 애런 저지(양키스·58홈런)의 진검 승부가 성사되며 더 큰 화제가 됐다. 양 팀 라인업에 모두 ‘50홈런’ 타자가 있는 건 1956년 미키 맨들(양키스)과 듀크 스나이더(브루클린 다저스)가 맞붙은 월드시리즈 이후 처음이다.
올 시즌 각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사실상 확정했다는 평가를 받는 오타니와 저지는 모두 이번이 첫 월드시리즈 출전이다. 2016년 빅리그에 데뷔해 2017년 AL 신인상을 받았고 2022년에는 AL 최다 홈런기록(62홈런)을 경신하며 AL MVP에 올랐다. 이어 주장 2년차인 올해 팀을 15년 만에 월드시리즈로 이끌었다. 오타니 역시 2018년 LA 에인절스에서 AL 신인상을 받고 데뷔해 두 차례 AL MVP(2021, 2023)에 올랐으나 가을야구는 한 번도 밟지 못한 채 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로 다저스로 이적해 곧바로 팀을 월드시리즈로 이끌었다.
이번 월드시리즈는 저지, 오타니를 비롯해 다저스의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양키스의 지안카를로 스탠턴까지 정규리그 MVP 수상자만 5명이다. 역사상 MVP 수상자가 가장 많은 월드시리즈다. 이전까지는 4명이 최고 기록이었다. 베츠는 “모두가 원하는 그림이다. 우리도 원했다. 좋은 두 팀이 만났다. 물론 미국을 가로지르며 (서부 로스앤젤레스에서 동부 뉴욕까지) 긴 비행을 해야 하겠지만 그래서 더 재밌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소문난 잔치인 만큼 푯값도 치솟고 있다. CNN는 ‘티켓 재판매 사이트 틱픽에 따르면 올 시즌 월드시리즈 티켓이 평균 1703달러(약 236만원)까지 치솟았다’고 24일 보도했다. 종전 월드시리즈 재판매 티켓 평균 최고가는 시카고 컵스가 클리블랜드를 꺾고 108년 만에 우승했던 2016년 월드시리즈 때 기록한 1691달러였다. 일본 방송사는 오타니와 야마노토 요시노부까지 일본 두 명이 뛰는 월드시리즈 생중계를 위해 방영 예정 시간이 겹쳤던 인기 애니매이션 ‘원피스’의 새로운 에피소드 시리즈 공개를 일주일 연기하기까지 했다.
1차전 선발 투수는 다저스는 잭 플래허티, 양키스는 개릿 콜로 정해졌다. 플래허티는 이번 포스트시즌(PS) 3경기에 선발 등판해 평균자책점이 7.04로 높지만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에서는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양키스의 베테랑 콜은 이번 PS 3경기에 선발 등판해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 중이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