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60일 휴전’을 위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작성한 휴전 협상 초안이 유출됐다. 유출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휴전에 부정적인 세력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헤즈볼라의 새 수장 나임 깟셈 또한 “전쟁의 길을 계속 가겠다”고 밝혀 휴전 성사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이스라엘 공영 칸방송 등에 따르면 최근 이스라엘, 레바논 등을 방문 중인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특사 아모스 혹스틴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60일간 휴전을 하는 동안 유엔 평화유지군과 레바논군이 헤즈볼라의 무기를 몰수하고, 이스라엘은 휴전 개시 1주일 안에 레바논에서 철수한다는 내용의 협상 초안을 같은 달 26일 작성했다. 혹스틴 특사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끄는 내각은 31일 이 방안에 관해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도 지난달 30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혹스틴 특사와 통화했다”며 “며칠 내, 어쩌면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5일 이전에 휴전이 가능하다고 낙관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헤즈볼라의 수장에 오른 깟셈 사무총장은 첫 TV 연설에서 전쟁 지속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헤즈볼라가 이란의 대리 조직이 아니라며 “우리는 누구를 대신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레바논 영토를 방어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싸운다”고 했다. 또 “우리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조건이라면 휴전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러한 것은 제안되지 않았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란이 5일 치러지는 미 대선 전 이스라엘에 재보복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이란이 탄도미사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하자 같은 달 26일 이스라엘 또한 이란 무기시설을 대거 공습했다. 이란 고위 관계자는 CNN에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침략에 대한 이란의 대응은 결정적이고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아마도 미국 대선 전 공격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역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이스라엘 탱크는 국경에서 약 6km 떨어진 레바논 남부의 키암까지 진격했다. 같은 달 1일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서 지상전을 시작한 후 가장 깊숙한 진입이라고 레바논 국영 NNA통신 등이 전했다.
이기욱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