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특정감사 최종 결과를 5일 발표하면서 정몽규 회장에게 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내리라고 축구협회에 요구했다.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선 절차적 하자를 바로잡을 방안을 강구하라고 축구협회에 통보했다.
문체부는 “축구협회 업무를 총괄하는 정 회장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를 부적절하게 진행하고, 협회를 부실 운영한 게 확인돼 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7월부터 축구협회 행정과 보조금 집행 사항 등을 들여다본 문체부는 총 27건의 위법·부당한 업무처리를 확인해 정 회장을 포함한 협회 임직원 16명에 대해 문책을 요구했다.
문체부가 요구한 정 회장에 대한 징계는 축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심의한다. 공정위 임원 징계 규정에 따르면 제명, 해임, 자격 정지가 문체부가 요구한 중징계에 해당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축구협회가 중징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나중에 이행(履行) 감사를 진행할 수 있다. 정 회장을 경징계(벌금 등)하면 행정 지도 등 모든 방법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불공정 논란에 제기된 홍 감독 선임과 관련해서는 축구협회가 전력강화위원회를 통해 감독 후보자를 다시 추천해 이사회에서 선임하는 방안 등 절차적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통보했다. 문체부는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회장 지시를 이유로 불투명하게 면접을 진행한 뒤, 홍 감독을 내정한 게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축구협회가 홍 감독과의 계약을 유지할지는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라면서 “전력강화위원회를 다시 열어 홍 감독을 후보로 포함한 뒤 절차에 따라 선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축구협회가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 재원을 마련하면서 문체부 승인 없이 은행에서 615억 원 한도의 대출 계약을 약정했고, 사업계획서를 거짓으로 작성해 문체부로부터 56억 원의 보조금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에 따라 교부 결정을 취소하고 환수할 계획”이라면서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지급받으면 5배의 제재 부가금을 징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