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이후 연일 치솟는 환율에 정부가 뒤늦게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결국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는 데다 외국인 투자자 이탈 등으로 인해 1400원대 고환율이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증시 역시 보합세에 그치며 의미있는 반등을 거두지 못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오전 긴급 거시경제 간담회를 열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경우에는 적극적 시장 안정 조치를 적기에 신속히 시행해달라”고 당부했다. 환율 급등이 이어지자 정부가 구두 개입 카드를 빼 든 것이다. 정부가 외환시장에 대해 구두 개입에 나선 것은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으로 환율이 치솟았던 4월 이후 7개월 만이다.
하지만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5원 내린 1405.1원(오후 3시 반 기준)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정부의 엄포에도 환율이 3일 연속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을 넘기면서 정부가 국내 외환시장에 대한 통제권을 잃은 게 아니냐는 비판도 새어나온다.
시장에서는 미국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휩쓰는 ‘레드스윕’이 현실화되면서 달러화가 더 강세를 보인 영향이 컸다고 풀이한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최고 106.78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다.
고환율 여파로 환손실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증시 부진도 이어졌다. 코스피는 전일보다 0.07% 오른 2,418.86에 거래를 마쳤으나 외국인은 2000억 원 넘게 팔면서 5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이동훈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