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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인범 플레이서 지단의 향기가 난다

Posted November. 18, 2024 07:49   

Updated November. 18, 2024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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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딘) 지단의 경기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오늘 너의 플레이를 보면서 지단이 떠올랐어.”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은 15일 쿠웨이트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방문경기가 끝난 뒤 후배 황인범(28·페예노르트)을 등 뒤에서 끌어안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날 도움 2개로 한국의 3-1 승리를 이끈 미드필더 황인범이 프랑스의 ‘레전드’ 지단처럼 보였단 얘기다. 선수 시절 ‘아트 사커’ ‘마에스트로’ 등으로 불린 지단은 199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프랑스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황인범은 쿠웨이트전 전반 10분 날카로운 크로스로 오세훈(마치다)의 헤더 선제골을 도왔다. 배준호(스토크시티)가 후반 29분에 넣은 한국의 세 번째 골도 황인범의 절묘한 침투 패스에서 시작됐다. 축구 통계 전문 매체 ‘소파스코어’는 득점 선수가 아닌 황인범에게 양 팀을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8.7점)을 줬다.

황인범은 파울루 벤투 전 감독(포르투갈)이 국가대표팀을 이끌던 2018년 9월 코스타리카전(2-0·한국 승)에서 A매치에 데뷔했다. 이후 그는 많은 활동량과 적극적인 압박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 주전 자리를 꿰차며 ‘벤투호의 황태자’로 불리기도 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선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거리(4경기 총합 45km)를 뛰며 16강 진출에 기여했다.

황인범은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치른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도 핵심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다. 황인범은 3차 예선 5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섰다. 소파스코어에 따르면 황인범은 3차 예선에서 한국 미드필더 중 가장 많은 13개의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를 뿌렸다. 황인범은 쿠웨이트전 승리 후 “대표팀은 결과가 좋지 않으면 굉장히 흔들릴 수 있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는 게 선수들의 의무”라고 말했다.

2015년 K리그 대전에서 프로 데뷔를 한 황인범은 2019년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밴쿠버에 입단하며 해외 리그에 진출했다. 이후 루빈 카잔(러시아), 올림피아코스(그리스),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 등을 거쳐 올해 9월 페예노르트(네덜란드)의 유니폼을 입었다. 네덜란드 리그는 그동안 황인범이 뛰었던 유럽 무대 중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이 가장 높은 6위다. 황인범의 이적시장 가치(예상 이적료)는 계속 오르고 있다. 2019년 밴쿠버에서 뛸 때 120만 유로(약 18억 원)였는데 지난달엔 1000만 유로(약 147억 원)를 찍었다.

황인범은 페예노르트 입단 한 달 만에 네덜란드 리그 사무국이 선정한 10월 베스트11에 뽑혔다. 페예노르트의 사령관 역할을 하고 있는 황인범은 이번 시즌 리그 8경기에 출전해 2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을 4강으로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전 감독(네덜란드)은 자국 언론 인터뷰에서 “황인범은 경기에서 리더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긍정적”이라고 했다.

페예노르트 팬들은 벌써 황인범을 위한 응원가를 만들었다. 응원가 가사엔 ‘우리의 한국인 황인범을 누구도 이길 수 없다. 북한 김정은도 마찬가지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황인범은 “외국인들이 나를 위해 응원가를 만들어주고, 내가 한국인이라는 가사도 넣어줘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