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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憲裁 어깨에 놓인 역사의 무게

국민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憲裁 어깨에 놓인 역사의 무게

Posted December. 16, 2024 07:54   

Updated December. 16, 2024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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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오후 국회에서 가결됐다. 12·3 비상계엄 선포 11일 만이다.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된 것은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우리 헌정사상 세 번째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는 곧바로 헌법재판소에 접수됐고, 헌재는 사건번호 부여와 함께 탄핵심판 심리에 착수했다. 헌재는 16일 회의를 열어 전자 배당으로 ‘주심재판관’을 확정하고 변론 준비를 맡을 ‘수명재판관’ 두 명도 지정할 예정이다.

이번 탄핵안은 국회의원 300명 전원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일주일 전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3명 만이 표결에 참여해 ‘투표 불성립’으로 무산됐던 첫 번째 탄핵안 표결과 달리 여당 의원 108명 중 최소 12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번에 표결에 참여하되 부결시킨다는 당론을 유지했으나 의원 12명의 양심에 따른 소신 투표와 의원 11명의 소극적 회피를 막지 못했다.

아무리 대통령의 정당, 집권여당이라도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탄핵을 끝내 거부할 수는 없었다. 이번 표결 결과 한동훈 대표 체제가 무너지면서 국민의힘은 당장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내분에 휩싸이게 됐지만 대통령과 사실상 운명을 같이해야 하는 정당으로서 그 진통은 불가피하다. 국민의힘의 위기는 곧 보수정당의 위기를 의미한다. 깊은 성찰과 반성을 토대로 보수(保守)를 보수(補修)하기 위한 분골쇄신의 노력이 절실하다.

국회의 탄핵 가결로 이제부터는 헌재의 시간이 시작됐다. 윤 대통령이 자진 사퇴를 거부하며 여당과 정부에 국정을 위임하는 이상한 비정상 체제가 해소되고 헌법 절차에 따른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 것은 다행이지만 정부의 제한적 리더십은 작금의 혼란과 불안을 일소하기엔 한계가 뚜렷한 것도 사실이다. 어느 때보다 신속한 헌재의 탄핵 결정이 필요한 이유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탄핵안 의결부터 헌재 결정까지 91일이 걸렸다. 측근 비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던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윤 대통령은 비교적 사실관계가 명확해 훨씬 빠른 심리도 가능할 것이다. 다만 재판관 9명 중 3명이 공석인 점은 공정성 논란을 낳을 소지가 크다. 헌재가 9인 체제를 완성해 오점 없는 결론을 낼 수 있도록 국회가 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절차를 서둘러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지난 열흘 넘게 우리 국민은 예기치 않은 역사적 시간 여행을 해야 했다. 윤 대통령의 느닷없는 계엄 선포는 45년 전 군사정권의 발동 이후 역사의 뒤안길에 있던 어두운 기억을 21세기 한국에 다시 불러왔다. 국민은 한밤중 계엄 선포에 깜짝 놀랐고, 국회의 저지로 무산되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후 윤 대통령의 계엄 당시 행적이 속속 전해지면서, 나아가 궤변과 억지로 그 정당성을 강변하는 윤 대통령의 담화를 들으며 국민은 고개를 흔들어야 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의 위헌·위법적 계엄 선포에 대한 국회의 정치적 심판에 이어 내란죄의 우두머리로서 윤 대통령에 대한 사법적 심판을 통해 파면 여부를 결정한다. 탄핵 심리 동안 우리 사회는 극심한 이념적 당파적 분열과 대립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윤 대통령조차 깊이 빠져 있는 부정선거 음모론 같은 극우적 주장을 펴는 세력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클 수 있다.

헌법의 수호자로서 헌재는 법리에 따른 신중함, 나아가 혼란 종식을 위한 민첩함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헌재 결정은 그 사법적 판단 못지않게 한국의 지난한 민주화가 이룬 여정을 돌아보며 퇴행적 궤도 이탈을 바로잡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재판관 한 명 한 명이 느끼는 무게도 남다를 것이다. 특히 우리 역사가 “백 투 더 퓨처”, 미래로 돌아가라고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