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6일 당 대표직을 사퇴했다. 7월 23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지 146일 만이다. 4·10총선 패배 책임으로 당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내려놓은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통과 여파로 정치 무대에서 두 번째 사퇴다. 당내에선 “검사 출신 대통령이 탄핵된 데 이어 검사 출신 당 대표가 물러나면서 ‘검사 정치’가 퇴장 당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으신 모든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탄핵이 아닌 이 나라의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모두가 제가 부족한 탓”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정선거 음모론자, 극단적 유튜버들에게 동조하거나 그들이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공포에 잠식당한다면 보수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계엄이 잘못이라고 해서 민주당과 이 대표의 폭주, 범죄 혐의가 정당화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 대표 재판의 타이머는 멈추지 않고 가고 있다. 얼마 안 남았다”고 말했다. 회견을 마친 뒤 국회를 빠져나가면서 팬 카페 ‘위드후니’ 회원들을 만나선 “포기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친한(친한동훈)계 의원은 “한 대표가 조기 대선에 등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에선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맞서는 ‘윤-한 갈등’ 국면에서 존재감을 키웠지만 당내 20여 명 안팎의 친한계 의원 외에 세력 확장을 못하면서 “검사 출신 초보 정치인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한계 핵심 의원은 “정치는 대화와 타협이 중요한데 검사 출신은 듣기 싫은 말을 안 들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한 대표가 다른 사람 말을 듣기보다 독단적인 측면이 있다는 한계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의 사퇴로 “국민의힘이 ‘도로 친윤당’이 됐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 탄핵에도 친윤계를 중심으로 중진 의원 그룹, 대구·경북(TK) 의원, 법조인 출신 의원 등이 뭉쳐 당내 기득권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