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이 지지한 임시 예산안을 둘러싸고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예산안 처리 시점(21일 0시·현지 시간)까지 두 당이 합의하지 못하면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 폐쇄(셧다운)가 불가피하다. 최고 수준의 보안이 이뤄지는 대통령 취임식 준비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은 19일 ‘미국 구호법’이란 이름의 임시 예산안을 전체 435석 중 찬성 174표, 반대 235표로 부결했다. 민주당 의원은 2명을 제외하고 모두 반대표를 던졌고 법안을 상정한 공화당에서도 38표의 이탈표가 나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민주당과 합의한 기존 예산안을 강하게 비판하며 새 예산안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공화당은 표결 당일인 이날 △2년간 정부 부채 한도 폐지 △재난 지원 예산 1000억 달러(약 144조8000억 원), 농민 지원 예산 100억 달러 등을 포함한 새 예산을 부랴부랴 마련했지만 통과에 실패한 것이다.
‘작은 정부’를 외친 트럼프 당선인은 원래 재정 건전성을 위해 1917년부터 의회가 규정한 정부 부채 한도에 호의적이었다. 그러나 국경 강화, 감세 등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 집행을 위해 “부채 한도를 폐지하거나 한도를 늘리려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아닌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하라”고 요구하며 새 예산안 마련을 압박했다.
이런 그의 행보에 민주당 의원들은 “양당이 합의한 예산안에 대통령 당선인이 과하게 개입한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재정적자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 온 공화당 내 강경파 의원들도 상당수 반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예산안 부결 직후 트루스소셜에 부채 한도를 폐지하지 않은 예산안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이어 “(모든 사태의) 책임은 현 대통령에게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 쪽으로 화살을 돌렸다.
이런 상황에서 셧다운이 이뤄지면 트럼프 2기 행정부 또한 난관을 겪을 것이라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진단했다. 정부 폐쇄 시 공무원들은 급여를 받을 수 없어 상당수가 강제 휴직을 해야 한다. 특히 대통령직 인수인계 작업을 해야 할 상당수 직원이 ‘비(非)필수 인력’으로 분류되어 취임식 준비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21년 1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 당시 대외 협력을 담당했던 에이드리언 엘로드는 폴리티코에 “취임식 초청장 배부, 공연자 지원, 연설 준비 등이 전부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정수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