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무안공항 대참사… 온 국민이 충격과 불안에 빠졌다

무안공항 대참사… 온 국민이 충격과 불안에 빠졌다

Posted December. 30, 2024 08:10   

Updated December. 30, 2024 08:10

中文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려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29일 오전 9시경 활주로를 이탈해 공항 끝단 담벽에 부딪히며 폭발했다. 이 사고로 최소 127명이 사망하고 2명이 구조됐다. (오후 4시 기준) 2002년 김해공항 돗대산 여객기 추락 사고로 129명이 희생된 이후 역대 최악의 여객기 사고다. 충격적인 사고에 온 나라가 깊은 슬픔에 잠겼다.

여객기에는 승무원 6명, 승객 175명 등 181명이 탑승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사고 여객기는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충돌에 주의하라는 경보를 들은 지 1분 만에 조난 신호인 ‘메이데이’를 요청했다. 이어 방향을 바꿔 착륙을 시도했지만 랜딩기어가 펼쳐지지 않아 동체로 비상착륙을 했고 그 과정에서 활주로를 벗어나 담벽에 충돌했다. 굉음을 내며 폭발한 여객기는 꼬리 부분 15m만 남긴 채 전소됐다. 전남소방본부는 “승객들이 (충돌 시 충격으로) 기체 밖으로 나오면서 대부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꼬리칸에 탑승했던 승무원 2명만 구조됐다.

이번 사고 여객기 기종은 기령이 15년 된 보잉 737-800(B738)이다. 관제탑과의 교신 기록, 사고를 목격한 주민의 증언, 승객이 남긴 ‘새가 날개에 끼었다’는 메시지 등을 볼 때 이번 사고는 새 떼와 충돌하며 랜딩기어가 고장 난 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해당 여객기가 이틀 전에도 이륙 직전 시동 꺼짐 현상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랜딩기어 고장에 대비한 비상 장치도 먹통이었다는 점에서 기체 결함이나 정비 불량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고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해 사고 재발을 막아야 할 것이다.

임시안치소가 설치된 무안국제공항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절규로 가득했다. 3살 늦둥이 아들과 첫 해외 여행을 떠난 부부, 크리스마스 여행을 떠난 여섯 자매, 단체 관광을 떠난 퇴직 공무원 등 참변을 당한 이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전해진다. 태국인 2명 등 외국인도 포함됐다. 가족과 반가운 상봉 직전에 날벼락 사고로 영영 이별을 맞이한 유가족의 심정을 헤아리기 어렵다.

이번 사고를 지켜보는 국민 역시 비통함과 동시에 불안이 엄습함을 느끼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됐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인 3역’을 맡은 권한대행 체제 아래서 대형 인명 사고가 일어났다. 최 부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됐지만 재난 대응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은 공석이고 경찰청장도 직무대행이다. 국정이 마비되고 정국이 극한 혼란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재난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할지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2022년 이태원 참사의 비극을 생생히 기억한다. 정부의 부실 대응이 덧나게 한 참사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런 참사 앞에서만큼은 여야가 힘을 모으고, 정부도 행정 공백이 없도록 수습에 총력을 다해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